신용도 강등된 한라건설, 보릿고개 넘길까

머니투데이 전병윤,이재윤 기자 | 2013.01.08 16:34

이번주 1500억 회사채 만기도래…자금조달 가능 여부에 관심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 비우량 기업으로 떨어진 한라건설이 이번주 안으로 15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비우량 건설기업들은 업황 불황에 따른 투자심리 냉각으로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운데다, 공공공사 발주마저 끊긴 연초의 '보릿고개'란 점이 한라건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건설·채권시장에 따르면 한라건설은 이달 13일 무보증 회사채 1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상환일이 일요일이어서 늦어도 11일까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라건설은 이를 내부 보유자금으로 갚을 방침이다.

 문제는 뒷수습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라건설은 5월에도 회사채 700억원을 상환해야하고 8월에도 11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여기에 CP(기업어음) 상환도 준비해야 한다. 오는 22일 30억원과 다음달 7일 20억원 등 다음달 22일까지 475억원의 CP가 만기 도래한다.

 지난해 9월 그룹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사태 이후 중견건설업체의 외부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실을 고려하면 한라건설은 대부분 자체 현금으로만 갚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라건설도 차입금 부담을 줄이고 자금줄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말 CP 잔액이 1695억원에 달했으나 이중 1220억원을 상환했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12월 당시 보유중이던 만도의 주식 364만1691주 전량을 우리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3000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을 확보했다. 필요에 따라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라건설은 지난해 말 계열사인 한라그린에너지에 190억원을 대여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공사비를 수금한 것과 금융회사로부터 차입금 한도가 남아 있어 앞으로 자체 현금보유액으로 채권을 상환해 나갈 계획"이라며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도 그만큼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우려스럽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기준 한라건설의 총 차입금은 1조4372억원, 부채비율 323%에 달해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라 재무적 융통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룹 오너인 정몽원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한라건설에 무상증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쓰고 있지만, 업황 불황에 따른 우발채무의 증가와 차입금 상환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을 비춰보면 상반기에 험로를 걷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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