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동네 편의점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3.01.11 10:22

[머니위크]불황이 반가운 편의점업계

저소비 확산 속 PB상품 '불티'… 매출 늘고 매장 늘고

편의점업계가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경기침체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황형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업계 전체 매출은 2011년 대비 19.8% 증가한 10조4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최고의 성장률이다.

가맹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CU(씨유), 세븐일레븐,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등 5개 대형편의점 수는 2만3687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12% 이상 매장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장기불황으로 저소비문화가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편의점용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저렴한 PB(Private Brand) 상품을 잇달아 출시해 덕을 봤던 것.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편의점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 편의점 인기 견인 PB상품

CU편의점이 출시한 '콘소메맛 팝콘'은 지난해 새우깡보다 많이 팔린 PB상품이다. 10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아 매장에 진열하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세븐일레븐 PB아이스크림인 '와라아이스바'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7.2% 증가하며 메로나에 이어 아이스크림 부문 2위를 차지했다. 500원짜리 PB생수 '깊은산속옹달샘물 500ml' 역시 전년대비 43.0% 매출이 증가하며 전체 16위를 차지했다. 생수분야에서는 제주삼다수에 이어 판매 2위를 차지했다. 2009년 세븐일레븐이 업계 최저가로 선보인 대용량 PB 흰우유 930ml는 74.2%나 매출이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PB상품 이용실태'에 따르면 PB상품이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응답이 70.7%. 최근 1년간 PB상품을 구매한 사람도 74.6%에 달했다. 불황을 타고 PB상품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매년 PB상품의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세븐일레븐의 올해 PB상품 매출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PB상품의 인기에 대해 "최근 들어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PB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기존상품 못지않은 품질을 갖췄다는 소비자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식음료 위주로 PB상품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불황에 주목받는 '도시락'

도시락 역시 대표적인 PB상품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도시락 열풍이 거셌다. 3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도 메뉴에서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듬치킨 정식, 중화덮밥, 돈까스오므라이스 정식, 고추장삼겹살구이, 비빔밥 등 푸짐한 메뉴가 소비자의 구미를 당겼다.


CU편의점은 지난해 도시락의 지속적인 인기를 타고 새로운 상품을 출시했다. '매콤한 두루치기정식 도시락'은 기존의 도시락에 미소된장국을 더한 게 특징. 3800원의 저렴한 가격임에도 국을 더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500원으로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짬짜면'도 지난해 말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57.3%를 기록하며 4년 연속 두자리 수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모듬튀김도시락', '돈까스도시락' 등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달라진 식문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2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통계적인 변화는 편의점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며 "내년에도 싱글족과 맞벌이가구를 위한 소포장상품이나 식사대용상품을 대폭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규제 반사이익'도…편의점 진출 제한은 '악재'

편의점의 나홀로 호황은 다른 유통업계의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도 볼 수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일 지정 등 각종 영업규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로 인해 외형적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24시간 영업, 근거리 쇼핑 등 편의점의 장점이 부각됐다.

편의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규제는 악재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편의점업종 모범거래 기준'에 따르면 반경 250m 이내에 같은 브랜드의 출점을 금지했다. 동일 브랜드가 한곳에 여러군데 생기다보니 가맹점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에서 250m 내에 중복 출점한 편의점은 CU편의점이 44.6%(605개/1356개), GS25가 51.4%(829개/1612개), 세븐일레븐이 41.9%(578개/1379개), 바이더웨이가 26.7%(90개/337개), 미니스톱이 21.6%(72개/334개)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편의점 업종의 특성을 감안해 여러 가지 예외사항을 둬 편의점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왕복 8차선 이상의 도로 등 지형지물에 의해 상권이 구분되는 경우 ▲대학 내, 병원, 공원, 터미널 등 특수상권 내 ▲주거지역으로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설 경우 ▲편의점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로 변경할 경우 등이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신규출점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지방이나 신도시 쪽으로 향후 출점 방향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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