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사기?' 신흥부촌 '남판교'에 무슨일이…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3.01.05 06:25

맹지팔던 과거와 달리 수법 진화, "열에 아홉은 속아 넘어간다"

↑용인 고기동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원주택지를 분양한다는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송학주 기자
 #경기 광주에 사는 김상명씨(44·가명)는 평소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내는 이웃에게 최근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판교신도시가 들어설 때부터 전원주택 개발이 이뤄지면서 부촌마을로 유명해진 남판교 일대의 용인 고기동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이웃이 알려준 부동산 투자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제시한 가격은 3.3㎡당 150만원.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보며 알아본 결과 해당 지역은 3.3㎡당 400만원이 넘는 땅도 있었다. 서류상 지목도 도시지역 내 '자연녹지지역'으로 게재돼 있어 개발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주변에는 이미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씨는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어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관계자의 말에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땅 구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이런 부푼 기대는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찾은 동사무소 관계자의 말을 듣고 산산이 깨져버렸다. 해당 지역은 경사도가 용인시 토지개발 규정인 17.5도를 넘는 곳이어서 개발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씨가 사들인 땅값은 3.3㎡당 50만원도 안됐던 것이다.

 용인 고기동과 성남 대장동 일대에 전원주택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치솟은 땅값을 미끼로 소비자를 울리는 신종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은 개발호재를 앞세워 헐값에 매입한 토지를 몇 배의 차익을 남기고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남판교'는 판교신도시 바로 옆 성남시 대장동 일대를 일컫는다. 용인-서울간 고속도로 서분당IC를 바로 이용할 수 있고 판교신도시뿐 아니라 분당·용인 등이 가까워 서판교 못지않은 입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지난 2일 찾은 남판교 일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었다. 대장동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요즘 기획부동산은 용인과 판교에 죄다 몰려 있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귀띔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성남 대장동과 용인 고기동 일대에는 현재 40개 안팎의 기획부동산이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이 지역에서 100억원대 기획부동산 분양사기가 발생했다. 기획부동산이 2년 전 전원주택 투자자들을 모집해 임야를 택지 형상으로 분할, 100명 넘는 투자자에게 땅을 판 후 도주한 사건이었다.

 최근엔 기획부동산도 지능화돼 일반인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전엔 개발할 수 없는 '맹지'를 속여 팔다보니 현장에 가보면 쉽게 사기임을 알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개발호재가 있는 동일 지역의 땅을 보여주기 때문에 속아넘어간다는 것이다.

 전종철 지목114 대표는 "요즘 기획부동산들은 토지용도구역이 '도시구역'임에도 개발이 제한되는 녹지지역이 포함돼 있음을 악용한다"며 "일반인들은 잘 몰라 도시구역으로 정해져 있으면 무조건 개발이 가능한 곳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장동 인근 용인 고기동·동천동 일대 땅 중 아직까지 도시구역 내 자연·보전녹지지역으로 묶인 곳도 상당수에 달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지의 경사도 역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상 토지를 개발하려면 평균 경사도가 일정 수치 이하여야 허가받을 수 있다. 지자체마다 기준이 조금씩 달라 용인시의 경우 17.5도 이하 토지만 개발이 가능하다.

 전 대표는 "통상 개발 허용 토지 경사도가 25도인 경우가 많은데 신종 기획부동산들은 용인의 낮은 경사도를 교묘히 이용해 사기를 친다"며 "부동산 관련 법규를 잘 모르는 이들은 기획부동산업자들의 화려한 언변에 현혹돼 열에 아홉은 속아넘어간다"고 지적했다.

↑'남판교'로 불리는 성남 대장동에 걸려있는 현수막. ⓒ송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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