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하와이 男, 한국와서 주름 수술…"감동"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3.01.04 05:35

[신년기획] 지금은 '한류 3.0시대' (3) K메디컬

#1. 홍콩에 살고 있는 29세 여성 미우씨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한궈(한국인)로 불린다.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고 한국 최신가요까지 섭렵하는 것은 기본. 한국식 화장과 옷차림 역시 그에겐 필수요소다. 각종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한국에도 두 차례 다녀왔다. 최근 한 오락 프로그램 촬영팀이 홍콩에 왔던 날엔 음식점까지 찾아가 한국 연예인을 보고 왔다. 그런 미우씨에게 가장 큰 꿈은 한국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갖는 것이다. 일단 올 겨울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모은 돈으로 한국 성형외과에서 쌍커풀 수술을 할 계획이다.

#2. 러시아에서 위암진단을 받은 63세 남성 레오니드씨. 그는 위암 수술을 위해 부산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살고 있는 그는 위암 진단을 받고 곧바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의 수술 기술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술을 집도한 최경현 온 종합병원 소화기센터 진료원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위암수술을 받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3. 하와이에 거주하는 84세의 한 남성. 그는 더 젊어 보이고 싶다는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결심하고 한국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의 지인은 한국의 성형기술이 뛰어날 뿐더러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한국에서 그는 눈 밑 주름, 팔자 주름, 볼 살 처짐 등을 개선하기 위해 안면 리프팅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성형외과 직원들의 친절한 행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K컬쳐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뷰티, K푸드를 거쳐 K메디컬로 확대되고 있다. 미용 성형은 물론 중증 질환까지 한국의 의료기술의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다.

◇2012년 외국인 환자 15만명 전망=2011년 한국 찾은 해외 의료관광객은 12만명2000여명. 2009년 6만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새 2배 이상 성장했다.

2012년 수치 역시 낙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숫자가 15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진료 수익도 2년 새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9년 547억원이던 외국인 환자 진료수익은 2011년에는 180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2010년 사상처음으로 건강관련 여행수지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지난해 외국인 환자 진료수익이 2000억원을 무난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저자가 참여한 성형외과학 교과서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특정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가져와서 비슷하게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과거엔 소녀시대 등 누구나 알법한 연예인이었지만 최근엔 처음 보는 연예인 사진도 가져온다. 문화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파급 효과도 생겼다. 전 세계 성형외과 교과서인 '성형외과학' 개정판 '아시아인의 얼굴성형' 분야를 고경석·최종우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집필한 것. 그동안 이 파트는 줄곧 일본인 의사가 작성해왔다. 한국 성형외과 의사들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교과서 주 저자가 한국인으로 바뀐 것이다.

◇ "S대 출신 원장님이 하는 성형외과 갈래요"=의료관광이 안정적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환자들 분위기 역시 바뀌고 있다. 서일범 그랜드 성형외과 원장은 "예전에는 에이전시를 통해 내원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최근엔 직접 병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서치해서 개별적으로 오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 관계자는 "중국인의 경우 의사가 서울대 출신인지 아닌지 까지 확인하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의료관광 초창기 많이 찾던 일본인의 경우 피부과, 에스테틱 등 간단한 시술 위주였지만 최근 많이 찾는 중국인의 경우 눈, 코 성형 등 규모가 큰 수술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건강검진, 미용 성형 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증 환자 역시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1년 외국인 환자분포를 비교하면 피부성형 환자는 1%포인트 줄어든 반면 기타 진료과 환자는 6%포인트 이상 늘었다. 특정과 쏠림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셈이다. 암, 뇌 혹은 심혈관 수술, 이식 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사람 역시 많아졌다.

의료관광으로 한국에 오는 국가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2009년 141개 나라의 환자가 한국을 찾았지만 2011년 180개국으로 늘었다. 연간 100명 이상의 환자가 한국을 찾은 나라 역시 2009년 28개국에서 2011년 43개국으로 늘었다.


이성용 씨유메디케어 대표는 "과거엔 특정 국가의 일부 고소득층이 방문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점차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까지 내려가는 추세"라며 "초창기에는 비용 중심으로 병원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병원이 수술은 얼마나 했는지 규모는 어떤지 등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국어 홈페이지 기본…외국 환자 위한 리무진도 운영=병원들 역시 이 같은 환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병원 홈페이지를 다국어 체제로 완비하는 것은 기본, 내부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활용하는 곳도 많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중국 북경에서 개최한 한중학술교류회 비즈니스 미팅 상담 모습.
24시간 직통전화를 통해 해외 환자들이 언제든 상담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개인병원의 경우 자체 호텔을 짓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별도 리무진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경우 미리 사진 등을 보내 상담한 후 내방 일자를 잡아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정영춘 허쉬성형외과 원장은 "보통 의료 관광객이 병원에 수술 의사를 보인 후 병원에서 사진을 받고 견적을 내서 수술을 확정 하는 데 까지 1주일 이상 걸린다"며 "현지 비자가 나오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수술 결정부터 한국에 와서 수술을 하는 데 까지 1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자의 사정을 고려하면 수술 역시 환자 개개인의 스케줄에 맞출 수밖에 없다. 밤 10시에도 환자 일정을 맞춰 수술하는 병원이 생기는 이유다.

◇2010년 생산유발 효과 2400억원…취업유발도 제조업 2배=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의료관광의 생산유발효과는 2010년 기준 2406억원이며 취업유발계수는 10억당 21.2명으로 일반 제조업(10억당 9.8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의료관광을 위해 환자가 한국을 찾을 경우 차량, 호텔, 쇼핑 등 부수적 비용을 쓰게 된다. 이로 인해 일반 관광객보다 3~10배 정도 지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관계자는 "성형외과를 예로 들면 수술 후 실밥을 뽑고 환자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최소 1주일은 체류해야 한다"며 "그 동안 쓰는 돈이 관광 수익인 셈"이라고 했다.

그는 "통상 큰 수술을 위해 찾는 환자의 경우 혼자 오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고려하면 해외 환자 한명이 가져오는 경제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연수를 받은 몽골의사들이 병원 의료진과 함께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몽골인 집단 거주지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국내를 찾는 환자가 늘고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국내 병원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1년 간 몽골 정부로부터 100만달러의 교육비를 받고 몽골 의사 68명에게 의료기술을 전파하기도 했다.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몽골, 미국 등 16개 나라에 85개의 의료기관이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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