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5년, G0·아노미 시대···한국경제의 마지막 기회"

머니투데이 진상현 김진형 조철희 기자 | 2013.01.01 05:29

[한국경제 좌우할 6대 동인]리더십·환율·중국·셰일가스·고령화·남북관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체제로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체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내 집 건사하기도 힘든' 미국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지만 그 공백을 중국이 메우지 못한다. 그야말로 G0(제로), 아노미의 시대다.

세계를 상대로 수출로 고성장을 구가해 왔던 한국도 위기다.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곪은 상처가 너무 많다. '지나친 양극화'는 '경제민주화 요구'로, '부족한 사회안전망'은 '복지확대 요구'로 총선, 대선 등 선거를 통해 폭발했다. 수년째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2개월에 걸친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첩첩산중 위기를 넘어 '위닝 코리아(Winning Korea)'로 가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새 정부 5년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이 기회를 놓치면 기나긴 저성장의 터널에서 헤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5년에 한국 경제의 수 십 년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여서, 그만큼 박근혜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 질 수 밖 에 없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리더십 부재 △환율 전쟁 △중국 리스크 △셰일가스와 에너지 혁명 △고령화의 습격 △남북 관계 등 6가지를 박근혜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는데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이슈로 꼽았다. 이 6대 동인이 우리 경제의 방향을 전적으로 좌우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6대 동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에 이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의미다.

25명의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향후 5년의 글로벌 경제는 한마디로 잿빛이다. 앞으로 3~5년간 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의 부채 축소, 이른바 디레버리징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들은 없었다.

국가와 개인 모두 과도한 부채 비율에 시달리다 보니 소비할 여력이 없고 당분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데 견해가 일치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을 제외하고라도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102.2%), 일본(205.3%) 등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100%를 훌쩍 넘었다.

전병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역사적으로 놓고 보면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면 GDP가 1%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면서 "주요 국가들이 3~5년 내에 부채 비율 100% 이하로 낮출 가능성이 낮고, 이 '100%의 저주'가 당분간 세계 경제 질서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주요한 엔진으로 작동했던 중국의 기세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위기로 중국 제품을 사들이던 선진국 소비에 급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생산 공장들은 과잉투자 상태가 됐고, 성장을 끌어오던 공격적인 투자도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춘욱 전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중국 GDP 성장의 5%포인트 가까이가 고정자산 투자에서 일어났다"면서 "이를 대체하려면 소비에서 5~6%포인트 성장을 해야 하는데 빠른 전환이 어려워 당장은 저성장을 경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 국면을 타개할 글로벌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국가별 유동성 공급 등 임시 처방만 있을 뿐 적극적인 부채 조정과 선진국의 양보 등 근본적인 해법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당분간은 국가별로 '각자도생' 분위기 연출되면서 치열한 환율 전쟁과 보호무역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소 리서치그룹 리더는 "유럽 등 선진국의 부채 축소가 향후 글로벌 경제에 가장 중요한 동인이지만 이를 돌파해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선진국의 희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책임질 향후 5년은 이런 난관을 뚫고 한국 경제가 승리하기 위한 초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등 고령사회가 본격 도래하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저하되고 복지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기 전에 성장 동력 확충, 양극화 완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정부의 부채비율이 37.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02.9%를 크게 밑돌고 있다. 아직은 실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급속히 고령 사회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풀 해법은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그동안의 경제 정치 사회학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면서 "한국은 단군 이래 최대의 변화 모멘텀에서 위기를 맞은 만큼 비상한 대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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