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대낮 '흡연 주점'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2.12.18 11:37

[머니위크]식후의 유혹 '끽연 해방구' 어쩌나

30대 후반의 직장인 이모 씨는 점심식사 후에 으레 들르는 곳이 있다. 애연가인 이씨가 동료들과 함께 찾는 곳은 담배를 마음 놓고 피울 수 있는 주점 겸 카페다. 이 카페는 저녁시간에 문을 여는 맥주 전문점이지만 점심시간엔 흡연자를 위한 카페로 탈바꿈한다.

사무실이 운집한 서울 도심에는 이씨와 같은 애연가를 타깃으로 점심시간 영업이 성황을 이루는 곳이 많다. 낮에는 커피 등 차를 팔다가 밤에는 본업인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랜스포머 영업'이 앞으로는 종적을 감출 것으로 보인다. 눈치 안보고 '식후연초'를 즐기던 직장 애연가들의 '점심 풍경'이 바뀌게 된 것. 정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50㎡(약 45평) 이상의 음식점과 카페, 호프집 등의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지난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소규모 영업점들의 준비상황 등을 감안해 대형 음식점 등에만 새 금연정책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이후 점차 금연 장소를 확대하 방침이다. 2014년 1월부터는 100㎡ 이상,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면적의 음식점으로 금연장소가 확대된다.

이 때문에 카페와 술집, 음식점 등의 내부 곳곳에는 정부 시책을 안내하는 고지가 붙어 있다. 손님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13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의 한 주점형 카페 안은 여전히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러한 고지를 본체만체 뽀얀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담배를 마음 놓고 피울 수 있어 점심시간에 굳이 이 곳을 찾는다는 A씨. 그는 "이 곳에서조차 담배를 피울 수 없다면 여기에 들르는 이유가 없어진다"며 "커피 맛을 위해서라면 커피 전문점에 가는 게 낫다"고 아쉬워했다.


애연 고객들의 푸념에 점주들도 속이 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종로구 무교동의 한 주점형 카페 점주는 "정부의 시책이라고 해서 테이블에 있던 재떨이를 치우고 손님이 달라고 할 때만 설명을 하고 드린다"며 "아직 손님들이 이번 시책을 잘 몰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점주는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라고 배짱 영업을 할 수 있겠느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는 커피숍 등 일부 업소의 의견을 반영해 차단벽 등으로 금연구역과 완벽하게 분리하고 환기시설을 갖춘 공간을 '흡연실'로 간주, 2015년 1월 이전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아 점주들에겐 부담이다.

정부의 시책이 강력하게 내려졌음에도 주점과 카페가 온전히 금연구역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흡연자 B씨는 "음식점과 카페는 고사하고 이미 금연지역으로 지정한 버스 승차장이나 길거리의 흡연 단속이나 잘 했으면 좋겠다"며 "버스 승차장과 지하철 역 앞에서도 여전히 담배 연기로 피해를 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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