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60세' 35년간 단 한명도 안자른 '꿈의기업'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2.12.07 10:04

[2012년 노사관계 총결산]<5>'2012 노사문화 대상' 통해 본 대한민국 노사관계

편집자주 | 글로벌 경기침체로 나라마다 경제성장이 정체된 한 해였다. 실업자가 늘고 임금이 줄어드는 등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세계 각지에선 노동자들의 집단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많았고, 노사간 대립도 일었다. 하지만 장시간근로 개선과 복수노조 안착, 노사민정 협력 분위기 조성 등 노사관계에 괄목할만한 성과도 있었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는 올해 국내 노사관계를 결산하는 기획을 총 6회에 걸쳐 마련했다.

↑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김태일(오른쪽) 성우하이텍 대표에게 ‘2012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주고 있다.ⓒ고용노동부
1997년 말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IMF). 이름난 대기업들은 줄줄이 부도가 나 쓰러졌다. 국가 신용등급은 나날이 떨어졌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기업 파산 뉴스를 쏟아냈다. 회사원과 자영업자 등 수백 만의 근로자가 길거리에 나앉았다.

국내 모든 기업에 고용불안이 엄습한 그때, 단 한명도 내보내지 않은 중소기업이 있었다. 노조가 목숨 걸고 투쟁한 결과가 아니었다. 회사가 결정한 일이었다. 노조도 상여금 200% 반납, 무교섭 임단협 실시 등으로 회사에 화답했다.

앞서 이 회사는 1995년 직원 정년을 60세까지 늘렸고, 정년퇴직자 재고용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힘쓰는 등 앞서가는 노사정책으로 주목을 받았다. 노사 간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열심히 일만 했다. 그리고 15년이 지났다. 당시 매출 771억 원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은 매출 2조5000억 원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동차 차체·부품 전문기업인 성우하이텍 얘기다.

이 회사는 창사 이래 35년간 단 한 차례도 사람을 내보내지 않았다.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을 때도 그랬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노사분규도 단 한건 없었다. 노사가 양보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안정된 노사관계 덕에 성우하이텍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781명이었던 근로자 수는 올해(11월 기준) 1215명으로 늘었다. 이직률은 2.5%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신명나는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EO가 사재(100억 원)를 출연해 복지회를 운영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매년 순이익의 2~3%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지난해엔 순이익의 2.5%를 기부했다.

성우하이텍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선 '현장 직원'이란 용어가 없다. 대신 '공정 책임자'란 호칭을 사용하는 등 사원들을 존중하고 사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노사 화합의 문화가 신명나는 일터를 만들고 기업은 계속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성우하이텍의 성장 스토리에 담긴 노사문화를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바람직한 표준이라 여기고 지난달 16일 '2012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여했다. 노사문화 대상은 고용부가 매년 엄정한 심사를 통해 상생·협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받은 기업은 3년 동안 정기근로감독 면제, 세무조사 유예(모범납세자에 한해 2년 또는 1년), 은행대출시 금리 우대, 신용평가 시 가산점 부여 등 행정 또는 금융 특전이 주어진다.

↑ 사진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차관, 김재학 노조위원장, 최규성 휴켐스 대표이사.ⓒ고용노동부
지난 2002년 비료 전문기업 남해화학으로부터 떨어져나온 휴켐스도 성우하이텍과 더불어 대통령상을 받았다. 휴켐스는 정밀화학제품 전문 기업으로 전남 여수공단에 14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노사가 경영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한마음 결의대회 등 자발적 노력을 통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개선했다. 지난 2006년 이후 6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0년1월 퇴직연금제를 조기도입하고 정년도 56세에서 57세로 연장하는 등 고용 안정에 적극 노력했다.

월1회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표이사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 시스템(CEO NET)을 통해 노사 간 소통에 노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포장 분야의 시설개선을 통해 근무시간을 기존 24시간에서 16시간으로 단축하고, 13명의 심야 근로를 폐지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휴켐스 관계자는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80억 원을 투입해 고용안정과 직원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했다"며 "최근 3년간 72명을 신규 채용하고, 신규공장 건설사업 연계를 통해 400여 명의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밖에 국무총리상엔 경남에너지(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 (주)세원물산, KC(주) 등 4개사를 선정했다. 고용노동부장관상은 (재)한국의학연구소, (주)포스코엠텍, 전남기업(주), 희성금속(주), 예금보험공사, 한국남부발전(주) 하동화력본부 등 6개사에 돌아갔다.

조재정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실천하는 기업들에게 해마다 이 상을 주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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