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여고 8회 졸업생으로 '소녀 박근혜'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박봉선씨(60)는 "다행히도 나와 다르지 않았던 친구"로 기억했다. 이제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앞으로 5년 한국을 이끌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지만, 박씨에게는 여전히 "백합반 근혜"가 더 익숙하다.
성심여중·고는 서울 용산에 있다. 당시 박 후보는 청와대에서 전차를 타고 통학했다. 박씨는 "박 후보는 경호원 아저씨를 전차 뒤 칸에 계시라 하고, 전차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다"며 "무거운 짐을 든 노인을 거들고, 아이들을 예뻐하며 어쩔 줄 모르는 평범한 소녀였다"고 전했다.
성적은 우수했다. 박 후보는 중·고교를 수석 졸업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았다. 학생들이 직접 투표하는 반장을 매년 도맡아 했다. 동창들은 "근혜는 음악 시간엔 피아노를 연주하고 체육 시간에는 배구 등 스포츠를 즐겼다"며 "친구들 사이에선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로 통했다"고 전한다.
'사춘기' 답지 않은 검소함도 동창들의 공통된 평가다. 박 후보 주변에서는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의 근검절약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씨는 "멋도 내고 싶을 나이에 수수한 차림의 박 후보를 보면 가끔 딱하단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10대 시절 사진을 올리며 "사진을 정리해 나가면서 항상 머무는 시절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운 학창시절. 그 시절은 사랑하는 분들이 옆에서 나를 지켜 봐주시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눴는데···"라고 회상했다. 사진 속 박 후보는 밀짚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은 평범한 10대 소녀의 모습이다.
중·고교 동창들은 지금도 박 후보의 위로하는 '서포터'들이다. 박 후보는 정치일정 때문에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꾸준히 동창들을 만나며 '정치인 박근혜'가 아닌 '인간 박근혜'의 시간을 즐겼다. 유력 대선후보라는 세간의 시선이 무색하게도, 동창들은 여전히 박 후보를 "근혜야"로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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