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CEO와 마땅한 대통령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 2012.11.27 11:29

[홍찬선 칼럼]관리(管里)=관인(管人)×이사(理事)

직원 100명 회사와 1만 명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구 5000만명 국가와 13억명 국가 중 어느 나라를 다스리는 게 어려울까?

한마디로 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다만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를 관리하고 나라를 통치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왜 그럴까.

회사 경영을 뜻하는 관리(管理, Management)를 관(管)과 리(理)로 나눠보면 이해하기 쉽다. 관은 ‘사람 쓰는 법’을 안다는 뜻이다. 다루기 힘든 사람을 버겁다고 내치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아래 사람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 실수했을 때는 스스로 깨닫고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나무람의 미학’, 일이 잘못되면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가 떠안는 책임의식…. 결국 관은 사람의 태도와 능력은 물론 사람 자체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관인(管人)이라는 뜻이다.

반면 리(理)는 ‘상황을 다스리는 것(理事)’과 관련이 깊다. 경험과 교훈을 종합해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들어 내는 게 핵심이다. 현재 직면한 과제와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규정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기업의 임직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사람을 쓰는 관(管)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理)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경영자가 관리해야 할 사람과 업무가 많아짐에 따라 새로운 리(理)의 시스템을 만든 것. 개인과 부서가 해야 할 업무와 목표를 명확히 규정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안과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는 게 이슈다.

100명 정도의 회사라면 관(管)을 중시하는 인치(人治)가 성공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00명, 1만명으로 늘어나면 리(理)에 방점을 두는 시스템 경영, 즉 법치(法治)로 변신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소홀하면 잘나가던 소기업이 규모가 커지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전환에 성공하면 더욱 큰 기업으로 발전한다. 변신은 무죄지만 무변화는 유죄다.


관(管)과 리(理)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도 적용된다. 진시황은 축객령(逐客令)을 철회하고 널리 인재를 등용해 전국시대를 통일했다. 유방(劉邦)은 장량(張良) 소하(簫何) 한신(韓信)을 써서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항우(項羽)를 넘어섰다. 당태종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위징(魏徵)의 브레이크로 ‘정관의치(貞觀之治)’를 이뤘다. 세종(世宗)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인재를 중용해 PC시대에 가장 적합한 한글을 만들어 내는 태평성대를 만들었다.

반면 관(管)도 못하고 리(理)에도 하수였던 선조(宣祖)는 백성을 임진왜란의 고통으로 밀어 넣었다. 중국 최고 전성기를 만들었던 치앤룽(乾隆)은 급변하는 역사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물려주지 못해 후손들이 아편전쟁과 반식민지의 굴욕을 겪었다. 해방 이후 60여년 동안, 여러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관(管)과 리(理)에 서툴러 박수보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비극이 되풀이돼 왔다.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선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누국에게 표를 줄까. 선택의 기준은 각자의 선호와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누가 인재 등용에 개방적이고, 인치보다는 법치를 잘 실현할 수 있을지, 관(管)과 리(理)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잣대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영국이 중앙은행 총재를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을 임명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세계가 바뀌고 있다. 20여일 뒤에 우리가 행사하는 투표권이 앞으로 5년, 아니 10년, 그 이상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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