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테마주 급락으로 본 테마주의 심리학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 2012.11.26 16:08

"오를 때 팔고 빠지면 된다" 참을 수 없는 단타의 유혹

중장비 전문업체인 광림은 올 초 17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5월10일 5270원까지 올랐다. 올 3월 광림의 경영진이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때 김두관 경남지사 캠프서 고문으로 활약했던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 김두관 테마에 편입되면서다.

그러나 김 지사가 대선 경선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주가는 2000원 안팎까지 추락했다. 지난 11월9일에는 김 전 총장마저 사외이사에서 물러나 광림은 대선테마에서 완전히 탈락했다.

광림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 현모씨(31)는 "인맥으로 엮인 테마주라는 걸 알면서도 투자를 감행했었다"며 "주가가 꼭지일지 몰라도 조금만 수익을 낸 뒤 빠져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텼던 게 잘못이었다"고 후회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대선출마 포기를 계기로 정치테마주의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테마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근래 테마주의 거품이 빠지면서 시쳇말로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혼란상태를 일컫는 은어)상태다. 올 초 1조원을 넘었던 안랩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고 박근혜 테마주인 EG도 올 초보다 반토막났다.

정치테마주들은 그 동안 수급만으로 급등락을 연출했다. 올 들어서도 각 정당별 대선후보 경선레이스를 거치면서 테마로 묶였던 상당수 종목들은 후보가 선출된 뒤 대거 테마에서 탈락, 시장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선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정치테마주들의 폭탄돌리기도 끝을 향하고 있다"며 "투자원금이 물려있어도 주가 하락으로 털고 나오기가 힘들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테마 폭탄에서 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실적과 상관없는 인맥 등으로 테마를 엮고 차익을 챙기는 '작전세력'도 문제지만 테마주의 허황됨을 알면서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단타투자에 몰입한 개인들의 책임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현씨와 같은 개인들은 테마주의 위험을 알면서도 쉽사리 단타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오를 때 팔고 빠지면 된다'는 착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테마주의 패턴을 보면 개인들의 이 같은 생각은 '위험한 착각'으로 끝날 때가 많았다. 시세조종 세력들은 특정 후보의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루머를 확대재생산하고 주가 띄우기에 나서 개인들을 뒷북 매매로 끌어들였다. 그러다 재료가 시장에 충분히 노출되고 '약발'이 다하면 유유히 손을 털고 빠져나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표 정치테마주 35개 종목의 매매손실 계좌를 확인한 결과 200만개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 중 99.9%가 개인들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매개체가 많아진 것도 개인들의 허황된 심리를 확신시키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세력들이 손쉽게 개인들을 유혹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는 통로가 그만큼 많아진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쌈짓돈을 들고 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들은 결국 테마주 대주주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이용된 셈"이라며 "자신은 아닐 거란 허황된 투자심리가 세력들의 먹잇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
  5. 5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