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그 아버지에 그 자식

머니투데이 안홍철 전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 2012.11.21 07:36
경제민주화의 태풍이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가족이나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기업집단 재벌이 대기업으로서 가지는 힘의 불균형을 시장에서의 경쟁에 이용함으로써 그 독과점적 지위에서 오는 부당이익 추구와 불공정한 게임에 중소규모 시장참여자인 국민은 절망하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A&M 대학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S&P500 지수에 포함되는 대기업의 3분의1은 가족기업이며 전문경영인 기업보다 수익이나 고용창출 실적이 좋다. 투자관점이 장기적이며 고용이 안정적이고 피고용자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이란 것으로써 우리의 상식이 틀린 예다.

미국의 유명 가족기업에는 월마트, 포드, 카길, 코우크, 컴캐스트, 뉴스콥, 벡텔 등이 있고 세계적 가족기업은 아르셀로미탈, 까르푸, 피아트, 푸조, BMW, 로버트 보쉬, 방코 싼탄더, 모토롤라, 노바티스, 로레알, 자라 등 수없이 많다. 물론 이들 가족의 지분은 40 내지 65 퍼센트로써 순환출자의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부를 물려받고 누리는 것을 불공평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으나 이슬처럼 사라져버린 숱한 가족기업을 보면 부가 단순한 세습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음악가는 베토벤, 모차르트, 비틀즈 순이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음악가로 마이스터였고 모차르트의 아버지도 유명 작곡가였으며 바로크 음악의 거장 바하 가족은 음악가였다. 48세에 평범한 미모로 영국 탤런트 쇼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을 메조소프라노로 불러 세계인을 감격케 한 수전 보일의 아버지도 지방가수였다.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버지 커크 더글러스보다 유명하고 시민운동가 여배우 제인 폰다는 서부영화의 주인공 헨리 폰다의 딸이며 여배우 마고 헤밍웨이는 소설가 헤밍웨이의 손녀다.


시애틀 마리너즈 홈런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의 아버지는 씬씨내티 레즈의 외야수였다. 17년간 2632게임을 연속 출전한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강철 사나이 칼 립켄의 아버지는 야구감독이며 뉴올리언즈 센츠의 쿼터백 아치 매닝의 큰 아들 페이튼은 인디아나 콜츠의 쿼터백으로 작은 아들 엘리는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으로 각각 수퍼보울 우승을 일궈냈다.

이처럼 특정 재능이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오스트리아 출신 생물학자 멘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발견했고, 학자들은 재능 유전자라는 선천적 요인과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성장환경을 함께 원인으로 본다. 6·25 직전 임신한 채 홀로 남하해 키운 자식이 북의 아버지와 이산가족 상봉을 하며 나눈 편지에서 부자의 글씨체가 똑 같더라는 이야기는 멘델의 우성형질론의 좋은 사례다.

정치의 경우에도 가족의 재능유전은 눈에 띈다. 영국의 경우 윌리엄 피트부자는 나란히 장수수상으로 유명하고, 헨리 펠햄과 동생 토마스도 수상을 지냈다. 스웨덴 칼 빌트 수상은 길리스 빌트 수상의 고손자이고, 루이드 기어 형제는 둘 다 수상을 지냈다. 그리스 파판드레우 수상 일가는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수상을 했고, 베니젤로스 부자도 수상을 지냈다. 벨기에 에이스켄스 부자도 수상을 지냈고, 아르헨티나 커치너 가족은 부부가 대통령이고, 페론도 부부가 대통령을 지냈다.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는 대통령 당선 직전에 피살됐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동생이고, 퇴임 후 국무장관과 하원의원을 지내다 사망한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토마스 제퍼슨과 함께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존 애덤스 2대 대통령의 아들이다. 전쟁영웅 출신의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은 폐렴으로 취임 32일만에 사망했지만 손자 벤자민이 대통령이 됐고, 43대 조지 부시 대통령이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들임은 누구나 안다. 방계 가족을 포함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어머니인 외가를 통해 존슨, 트루만, 카터, 워싱턴, 부시, 포드 대통령과 집안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타케오 후쿠다와 아들 야스오가 수상을 지냈고, 신조 아베 수상은 노부스케 키시 수상의 외손자다. 인도 독립운동가 네루의 아들은 수상이 됐고, 손녀 인디라 간디와 외증손자 라지브 간디도 수상을 지냈다. 미얀마의 영웅 아웅 산 수상의 딸 아웅 산 수치 의원은 유력한 수상후보이고,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은 수카르노 대통령의 딸이며, 태국 잉룩 시나와트라 수상은 탁신 수상의 여동생이다. 한국 정치사에도 부녀 대통령이 탄생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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