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담판'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후보는 "시간이 쫓겨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도 쉽지 않게 된다면, 저는 안 후보를 만날 것"이라며 "담판을 통해서라도 단일화를 꼭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담판하게 된다면 저는 안철수 후보께 '저를 도와주시는 것이 어떨까, 민주통합당의 정당 혁신도, 새로운 정치도, 정권교체 이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개혁도 함께 도와주시면 제가 훨씬 잘 해낼 것 같다'고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후보는 '양보' 가능성에 대해 "나는 개인 후보가 아니고 민주당 후보이고, 100만 국민선거인단이 선출한 후보"라며 "양보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 후보의 발언에는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안 후보 측이 '조직'이 개입할 여지가 큰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론조사 지지율까지 뒤쳐질 경우 '담판'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이틀간 전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야권후보 지지도 면에서 문 후보는 49.4%, 안 후보는 42.6%를 나타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8%포인트다.
또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는 박 후보 지지층을 뺀 나머지 응답자들이 야권 단일후보로 문 후보를 47.8%, 안 후보를 46.0% 지지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PBC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를 참고로 한 기반에서 TV토론을 한 후에 두 분께서 합의하는 담판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두 분이 수도원 같은 곳에 들어가서 차기 정부 운영전략을 다듬고, 지지자들이 두 분의 결정을 존중하는 방식이 양측 지지자를 통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전날 광주광역시에서 기자들이 "단일화 방식 중 담판 가능성도 들어가 있냐"는 질문에 "담판이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라며 일단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국민들이 1년 전에 불러냈고, 그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왔다. 안 후보도 결코 혼자 결정할 수 없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 캠프 내부에서는 여론조사의 경우 오차범위 내의 지지율로 후보가 결정될 경우 어느 한쪽의 지지자들의 쉽게 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논리적인 어법을 구사하는 안 후보가 문 후보와의 '담판'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