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협, 협동조합으로 다시 태어날까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 2012.11.19 16:16
"예전에는 농협중앙회, 내가 다 때려 부숴버리겠다고 말하고 다녔지. 지역농협에서는 똥지게를 짊어지고 논밭에서 일손을 돕는데 중앙회는 도대체 하는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지난 9일 진주 한 멜론농가에서 들은 말이다. 함께 자리했던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면전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비판을 들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2010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국연합브랜드의 이로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민들이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면, 농협이 이를 책임지고 판매한다. 농가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원래 농업협동조합이 그렇게 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요?"

경제민주화 논의 홍수 속에서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오는 12월 1일이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에 따라 금융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시장경제의 대안체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 법 시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신규 조합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지 고민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유사상표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있다.

새로운 협동조합 출현에 농협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250만 명에 달하는 농민들의 힘을 등에 업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기존의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쌀, 배추와 같은 농산물은 매년 급등락을 반복한다. 농협의 본 역할이 농산물 수급조절, 가격안정, 농민소득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 농협은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판매농협'을 표방했다. 신용사업이 본업처럼 돼 버린 구조를 바꿔 농업협동조합 본연의 경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은 미국 '선키스트' 뉴질랜드 '제스프리' 같은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 아니라 정부 산하의 공기업적 성격이 짙은 조직이다. 그런 농협이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계기로 농민을 아우르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국연합브랜드 'K멜론'과 '본(本)마늘'은 시장과 농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가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만 뒷받침된다면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 첫 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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