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 '협력'과 '경쟁'

머니투데이 이상묵 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전무 | 2012.11.20 06:45
지구에서 사는 동물 중에 가장 성공적인 종은 무엇일까. 양적으로 보면 개미류라고 한다. 개미류는 땅에 사는 동물 전체의 바이오매스(biomass)의 20% 가까이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질적인 면으로 보면 인류가 단연 독보적이다. 인류는 이제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종의 운명도 뒤바꿀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멸종시킬 수도 있고 멸종위기에서 구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양적, 질적인 면에서 각각 가장 성공적인 종으로 평가받는 개미류와 인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탁월한 협력능력이다. 하나와 하나가 힘을 합쳐 둘 보다 큰 것을 만들고 그것을 서로 나눌 줄 아는 능력이다. 개미는 철저한 분업에 의한 협력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개미가 담당하는 역할은 태어날 때 유전자에 담겨진다.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품거나 남의 역할을 넘보지 않는다. 맡은 일에 꾀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미는 그 협력능력을 새로운 일에 사용할 줄 모른다. 그 옛날부터 하던 일을 기계적으로 지속할 뿐이다.

인류는 협력능력 자체만으로는 개미류에 뒤진다.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품고 남의 일을 넘본다. 꾀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협력능력을 적용할 새로운 일을 고안하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인류의 발전사는 분업을 통해 협력을 확대, 심화시켜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이제 지구의 끝에 사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도 무역을 통해 서로 협력하며 살아간다.

인류의 성공이 협력능력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인류의 사촌이라는 침팬지와 인류를 비교해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인류의 먼 조상이 아프리카의 숲에서 살던 때에 인류와 침팬지의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침팬지의 생활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반면에 인류의 생활은 천양지차다. 인류와 침팬지의 운명을 가른 것은 협력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한다. 침팬지는 여러 면에서 인류와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언어도 구사한다. 그러나 침팬지 두 마리가 무거운 통나무를 양쪽에서 같이 들어서 옮기는 일이나, 한 마리는 나무 가지를 잡아당기고 다른 한 마리는 거기에 달린 과일을 따서 둘이 나눠먹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인류의 번영을 가능케 한 원천이 협력에 있음에도 요즘 우리는 협력보다는 경쟁에 더 관심이 많다. 생존경쟁,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라는 말들이 우리의 관심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협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일 뿐 협력이 없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 개인적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오늘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분업에 기초한 협력으로 인류의 능력이 커질수록 개개인의 능력은 작아진다. 원시인은 홀로 무인도에서 생존할 수 있어도 현대인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은 협력경쟁이다. 누가, 어느 조직이 보다 협력의 힘을 십분 발휘해서 성과물을 극대화하는지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회사에서 동료를 제치고 승진하는 사람은 다른 동료들보다 팀원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승승장구하는 기업은 자발적 참여와 협력의 문화, 기풍이 드높은 기업이다. 이렇게 협력에 봉사해야 할 경쟁이 오히려 협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내부경쟁이 지나치고 승자를 가르는 기준이 왜곡돼서 서로 협력해야할 부서가 견제하고 뒷다리를 잡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조만간 협력이 원활한 다른 기업으로부터 쓴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국가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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