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다시 보다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 2012.11.19 06:00

K-Tech 스타트업 IR 참가 기업들, 실리콘밸리와 협력물꼬

센텐스, 브이터치 등 'K-Tech 스타트업 IR'행사에 참가한 스타트업 가운데 일부 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SKT벤처스의 패트릭 정 파트너(사진 오른쪽)와 만나 실리콘밸리 진출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새너제이〓유병률기자
한국의 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전하는 것은 동남아 스타트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종종 얘기된다. 그만큼 주목 받고, 투자 받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길은 생기는 법.

머니투데이와 KOTRA가 지난 11~16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K-테크(Tech) 스타트업 IR’에 참가한 한국의 19개 대표 스타트업들은 ‘이제껏 실리콘밸리 피치를 했던 한국팀들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곳 벤처캐피탈(VC) 및 현지기업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나누는 등 많은 성과를 올렸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
이번 행사를 지켜본 실리콘밸리 VC들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중견 VC인 트랜스링크의 음재훈 대표는 “최근 2~3년 동안 접했던 한국 스타트업들 가운데 가장 우수했다”고 평가했고, 세계적 인큐베이터 500스타트업(Startups)의 파트너 크리스틴 싸이는 “한국의 스타트업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현지 VC와 기업 관계자들은 직접 이들 팀에 연락해 별도의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 컴퓨터와 모바일기기에 자유자재로 클립보드가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한 ‘센텐스(Sentence)’는 세계적 메모서비스 에버노트의 트로이 말론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만나 플러그인 형태로 기능을 서로 연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지윤 대표는”카카오톡 내용을 노트북으로 곧바로 클립보드하는 시연을 하자 ‘우리가 필요한 것이 바로 저런 서비스’라며 놀라워했다”며 “조만간 말론 대표가 한국을 방문할 때 구체적인 연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트랜스링크 등 4개 VC와 만나 피드백을 받았고,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면서 “내년 1분기중에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센텐스와 함께 가장 인기 있었던 팀 가운데 하나인 ‘브이터치(VTOUCH)’는 퀄컴이 개별미팅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퀠컴의 벤처투자를 담당하는 퀨컴벤처스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브이터치는 컴퓨터 등을 원거리 터치로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몇몇 VC들은 이 팀과 개별적인 약속을 잡기 위해 지난 13일 피치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장소와 시간대에 따라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앱을 개발한 트립비(Tripvi)는 현지 스타트업으로부터 서비스를 공동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과 함께 실리콘밸리 인큐베이터인 해커스앤파운더즈(Hackers&Founders) 설립자로부터 인큐베이팅 합류를 제안을 받기도 했다.


또 웹이나 모바일 콘텐트를 쉽게 갈무리했다가 꺼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웹웨어(Wepware)’팀은 자유시간 3시간외에는 마이클 양, 부가벤처스 등 현지 투자자들과 끊임없이 만나면서 실리콘밸리 진출방안을 모색했다.

행사를 총괄한 KOTRA 권경무 IT센터장은 “현지 VC와 엔젤투자자들로부터 각 팀들 연락처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면서 “준비된 상태로만 온다면 한국 스타트업도 실리콘밸리에서 충분히 투자 받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부딪혀 보지 않았으면 얻을 수 없었던 러닝
행사참가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러닝의 연속”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제품에 대한 피드백. 트립비의 천계성 대표는 “한국에서 수익모델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던 터라, 서비스를 거대하게 포장하려고 했었는데 이곳 VC들은 서비스의 에센스에 열광해주었다”며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서비스를 오히려 더 다이어트해야겠다는 러닝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웹웨어 관계자는 “한국의 유저들은 서비스가 도움된다 싶으면 열고 들어와서 배우려고 하지만, 미국의 유저들은 30초안에 컨셉이 안 잡히면 ‘이거 뭐야’하고 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며 “더 많은 기능을 넣을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9개팀이 가장 뼈저리게 배운 대목은 바로 피칭 기술. 웹웨어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보여주면 ‘와우’하는데, 우리의 피칭 수준은 제품력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피칭을 기술 개발하는 수준으로 높여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이들 팀에게 절실하게 와 닿았던 대목은 다국적팀을 구성하지 않고는 실리콘밸리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 소셜정보통합관리서비스 ‘내일비’의 최현욱 대표는 “현지 유저들을 직접 접촉하며 생생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인들이 개발자나 마케팅 등에 합류하는 팀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칭 본행사를 지켜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역시 “미국에 관광 오는 것과 주재하는 것, 그리고 살아보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며 “현지인들과 공동의 팀을 만들지 않으면, 실리콘밸리 비즈니스를 쉽지 않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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