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기업을 때리면 국민은 행복할까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2.11.19 06:37
#2005년 여름 영국의 방송사 BBC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경영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을 모아 어떻게 하면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행복헌장 10계명’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BBC는 이런 행복학 이론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영국의 소도시 슬라우 주민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 걸쳐 실험을 했다. 이런 실험과정을 담아서 BBC는 다큐멘터리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Making Slough Happy)'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의 논의와 지역주민들의 실증적 실험을 통해 드러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1주일에 3회이상 운동하기, 좋은 일 떠올려 보기, 배우자나 친구와 대화하기, 식물 가꾸기, TV시청 줄이기, 하루에 한번 유쾌하기 웃기 등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주민 실험결과 나타났다. 또 혼자 살지 않고 결혼하는 것, 성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종교 활동을 하거나 영성을 갖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데 중요한 요소로 드러났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얼마나 될까. 소득수준과 행복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람들은 부를 상대적인 기준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이 많아지면 불행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행복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다. 미국은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정책총괄기구로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둔 것에 공감한다.

박근혜 후보가 앞으로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만 정책을 펼친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을 가져다주겠다는 데 왜 마다하겠는가.


문제는 정책추진 기구의 이름에만 행복이라는 말이 붙지 펼치겠다는 정책의 내용은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바로 경제민주화인데 그 내용들이 대부분 기업, 특히 대기업을 때리고 옥죄는 것이다. 박 후보가 막판에 방향을 틀어 공정경쟁 관련 내용들을 보완하긴 했지만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일례로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해 집행유예를 봉쇄하고 사면권까지 제한하겠다는데, 기업총수들이 몇 년씩 징역살이를 하는 것과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세계시장을 누비던 기업총수가 감옥살이로 암에 걸리고, 구속 후 급격한 체중 증가로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접하면 국민들은 쾌감을 느낄까.

검찰수사로 기소가 돼 재판이 시작되면 기업 총수는 구속을 각오해야하고, 구속을 전제로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해야 현실이 국민들에겐 과연 카타르시스가 될까.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강화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제조업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세계적 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되고, 해외 투기펀드들의 먹이감이 된다면 국민들은 행복할까.

문재인 안철수 후보와 차별화 되지 않는 기업 때리기의 경제민주화 공약 대신 1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하기, TV 시청 줄이기, 개 고양이 키우기, 노처녀 노총각 결혼시키기, 성생활 열심히 하기 같은 걸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들이 실행에 옮기도록 하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이젠 재벌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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