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본시장법 개정안 조속한 처리를

머니투데이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 2012.11.12 07:01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뒤를 이은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이제는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까지는 비교적 꿋꿋이 페이스를 유지해온 한국 경제 역시 점차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모습이 감지된다.

무엇보다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산업부문에서 활력이 떨어지는 듯 보이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산업에서의 활력을 유지하고 한국 경제를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끊임없이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또한 혁신기업들의 성공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함으로써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균형발전과 안정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다.

혁신기업들의 시장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자금, 특히 상당한 기간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과를 기다려줄 수 있는 자금의 공급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자금 공급은 자본시장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며, 한 나라의 경제에서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발달된 자본시장의 존재는 산업부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가계부문에 대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주지하다시피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고, 따라서 어떻게 퇴직 후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자산, 그리고 각종 연금자산의 효과적 운용이 요구되는데, 이는 폭과 깊이를 갖춘 자본시장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시장을 형성하고 운영해나가기 위해서 금융투자회사의 경쟁력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금융투자회사는 산업부문에서는 투자은행이라는 기능을 통해, 가계부문에서는 자산관리라는 기능을 통해 그 역할을 수행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세계적인 수준에 견주어볼 때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갖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처리를 기다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국민경제적 필요성에 입각하여 금융투자회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산업부문에 대한 자금중개 기능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투자은행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입, 그리고 자금조달수단 및 투자대상의 다양성을 높이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투자상품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랫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면서 이따금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비난의 원인이 독점적 지위에 있다면 그에 대한 원칙적인 해결책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거래소 비즈니스에서 경쟁의 도입이 어렵다고 생각되었지만 IT의 급속한 발달 등 환경 변화로 인하여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경쟁을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여기에서 뒤처질 수는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고 대체거래시스템(ATS)을 도입하는 내용 역시 담고 있다. 또한 장외파생상품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제고를 위한 중앙청산소(CCP) 설치는 G20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이행의무가 있는 국제적 합의사항이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 역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처리가 불발로 끝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국제적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는데 따른 국가신인도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처리는 그만큼 필요할 뿐 아니라 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국회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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