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집, 라면집도 커피판다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11.14 10:48

[머니위크]'물 전쟁'이 시작됐다②/ 식품·유업계도 커피시장 진출

라면업계와 우유업계의 강자가 동서식품이 군림하는 커피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

동서식품이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커피믹스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0년에 진출한 남양유업과 롯데칠성에 이어 최근에는 식품업계 대표 기업들의 커피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현재 신제품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우유는 제품의 본격 출시에 앞서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야말로 국내 커피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한층 가열되고 있는 커피시장을 살펴봤다.


 
◆승부처는 '커피믹스'…2위 올라선 남양 뒤따를까

동서식품 79.9%, 남양유업 12.5%, 네슬레 5.1%, 롯데칠성 1.2%. 지난 9월을 기준으로 한 국내 커피믹스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이다. 남양유업과 롯데칠성이 커피믹스시장에 진출하기 전인 지난 2009년 시장점유율은 동서식품 81%, 네슬레 13.2%였다. 최근 몇년새 커피믹스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동서식품이 여전히 비슷한 수치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남양유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최근 농심과 서울우유가 커피믹스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요인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국내 커피시장의 규모는 약 3조5000억원. 특히 원두커피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지난 5년동안 해마다 원두커피 소비가 20%씩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분유시장이 정체를 겪고 있는 유업계를 비롯해 최근 식품업계의 화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라며 "최근 악재가 많았던 농심의 경우 성장세가 큰 커피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그는 "커피시장은 식품업종 중에서 신장세가 높은 시장 중 하나다"며 "특히 원두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식품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시장을 크게 세 분야로 나눈다면 ▲RTD(Ready-To-Drink: 캔커피 등 즉시 마실 수 있는 음료) ▲커피전문점 ▲인스턴트 커피믹스 등이다. 이중 전체시장의 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커피믹스다. 따라서 신규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커피믹스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가 중요하다. 식품대기업들의 잇단 커피시장 진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커피믹스의 경우 동서식품과 네슬레의 양강구도가 뚜렷해 신규진입자들이 소리없이 들어왔다 철수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최근 남양유업이 선전하면서 농심 등 다른 기업에도 자극이 된 듯하다"고 풀이했다.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과 선호도가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면 신규 사업자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낙관적인 기대만을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커피시장 전체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커피믹스시장은 서서히 정체현상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꾸준히 3%의 성장률을 보이던 커피믹스시장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대 안팎의 성장률을 보였고 내년에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원두커피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커피시장의 주류가 커피믹스인 상황에서 신규사업자들이 진입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신규업체 "차별화 전략"…기존업체 "글쎄~ "

농심은 지난 1월 커피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간 농심이 커피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 등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업계 내에 공공연히 떠돌았지만, 농심은 "아니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해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제주 삼다수의 유통·판매권 계약이 종료되면서 새로운 동력 찾기가 다급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품과 관련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제품의 출시 날짜 등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일반적인 커피 제품과는 차별화된 기능성 제품이라는 것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며 "기존의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말 신제품 '골든카페 모카골드'를 내놓은 서울우유 역시 커피시장 진출과 관련해 말을 아끼긴 마찬가지다. 당초 11월 내 본격적인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시제품을 통해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배합비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언제 본제품을 출시할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서식품의 점유율이 워낙 높은 시장인 만큼 신규사업 차원이라기보다는 우수한 품질의 서울우유 분유를 커피믹스나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에 다양하게 활용해 보자는 취지"라며 "아무래도 국산분유를 활용한 제품이라는 것이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이들 업체의 강점은 오랜 식품업계의 유통 경험으로 다져진 탄탄한 네트워크다. 실제로 이 두 업체 모두 커피음료의 유통경험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의 막강한 영업력과 유통망이 더해진다면 기존 커피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신규 경쟁자들의 도전에 맞서는 기존 업체들은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신제품이 나오기 전이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동서식품은 44년의 노하우가 쌓인 만큼 품질면에서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커피믹스는 제품의 차별화나 가격경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커피 맛을 배합해내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신규 경쟁사들이 기능성 커피나 프리미엄 우유 등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출시된 제품들과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기능성 커피를 위해서는 원두의 폴리페놀 성분을 강화하거나, 기능성 설탕을 쓰거나, 혹은 칼로리를 줄인 무지방 우유를 사용하는 세가지 중 하나다"며 "이미 동서식품에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아직까지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경쟁자들이 들어온 만큼 시장 전체를 키우는 효과를 내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자칫 경쟁사의 점유율 깎아먹기 경쟁에 그쳐 노이즈 마케팅이 심화된다면 커피시장 전체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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