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밀었던 美월가, 오바마 재선에 '플랜B' 시동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2.11.08 17:50

규제 강화·재정절벽 우려...로비스트 동원 등 대응 박차

미국 대선에서 내심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던 미 금융기업들이 전세가 역전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KBW은행지수 추이
월가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미 대선 다음날인 7일(현지시간) 은행주 대표지수인 KBW은행지수는 4.6% 급락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하자 월가가 '플랜B'(비상대책)로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인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의회와 규제당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 금융기업들은 특히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규제를 대폭 강화한 도드프랭크법을 경계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월가 이익단체인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의 팀 라이언 최고경영자(CEO)는 "선거가 끝난 만큼 이젠 도드프랭크법 시행과 재정절벽 대응 등 현안으로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절벽은 내년부터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 지출이 주는 데 따른 경제적 충격을 의미한다.

NYT는 오바마의 재선을 바라보는 월가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월가는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를 지원했지만, 오바마가 재임 중에 금융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처음부터 월가가 롬니를 지지했기 때문에 2기 행정부를 이끌어갈 오바마로서는 월가에 부채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한 종전의 구도가 유지되면서 민주당은 도드프랭크법 시행 작업을 속행할 수 있게 됐다.


의회 권력 구도에 변화가 없는 만큼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의회의 합의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NYT는 다만 오바마의 재선이 미국의 대형은행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은행들이 이미 도드프랭크법 시행을 기정사실화하며 전략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도드프랭크법이 막고 있는 자기자본 거래를 중단했다. 또 상당수 은행들은 준법감시인 수를 늘리며 새로운 규제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로비스트들은 월가 플랜B의 궁극적인 목표는 논란 속에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규제를 막아내는 것이라고 귀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파생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안이다.

이에 따라 미 금융권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원과 접촉하고 있으며,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의 입법화를 위한 로비에 나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재선이 금융권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재선으로 오히려 규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가드너 KBW 정치 부문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무슨 규제인지만 말해 주면 알아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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