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들 발 끊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 "어떡하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2.11.08 16:07

출석률 저조, 재계 목소리 힘 빠져..전경련 회장단 회의 역할 구성 변화 필요 목소리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8일 오후 올해 마지막 정례 회장단 회의를 개최한다. 회장단의 구성과 저조한 참여 인원 등으로 회장단의 역할과 활동에 새로운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경련 회장단은 허창수 회장(GS 그룹 회장)과 상근인 정병철 부회장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거의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데다, 상시로 참석하는 회장단의 경우 기업 규모가 작아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재계를 대표해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등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목소리와 힘의 결집이 필요해 회장단 회의에 무게감을 싣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경련 회장단 구성. 전경련 홈페이지.
◇출석률 38%?..재계 대표 기업 불참=현재 회장단은 허창수 회장 외에 20명의 부회장들로 구성돼 있다. 부회장단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들어가 있다.

뒤이어 박용현 전 두산 회장, 강덕수 STX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등 재계 60위권(상호출자제한기업 기준, 공기업 등 포함) 내의 기업 총수들도 부회장으로서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은 고 김각중 경방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때인 2001년 부회장단 보강됐다. 회장단 회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멤버들이다. 최근 들어 열린 회장단 회의에는 21명의 회장단 가운데 8명 남짓만이 참석하고 있다.

◇사실상 전경련 자퇴서 낸 '회장님들'=구본무 LG 회장과 김준기 동부 회장은 전경련에 발을 끊은 지 오래다. 둘다 전경련 혁신을 주장하는 쪽이다. 구본무 회장은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발을 끊었다.

구 회장은 사석에서 반도체 빅딜의 섭섭함 때문에 전경련에 불참하는 것이 아니라,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기 회장은 지난 2007년 강신호 당시 회장 3연임을 1주일 앞두고, 전경련의 혁신과 개선을 주장하며 부회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그 이후로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으나, 여전히 전경련에서는 김 회장을 부회장단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에도 못 오는 회장단=올 마지막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해외출장 중인 정몽구 회장과 신동빈 회장, 개인 일정으로 불참하는 이건희 회장 외에도 특히 김승연 한화 회장,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자신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전경련 회의에 발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회장은 영어(囹圄 영어)의 몸이 된 상태이며, 최 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참석하기 힘든 상태다. 최용환 삼환기업 전 회장은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에서 감자과정 등에서 논란에 휩싸여 있어 회장단 회의에 얼굴을 보이기 어려운 지경이다.


8일 코엑스인터콘티낸탈 홀에서 열리는 올 마지막 정례회의에는 허 회장과 정병철 상근 부회장 외에 이준용 대림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여 '썰렁한'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대로 된 목소리 낼 수 있는 시스템 변화 필요=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해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해 '기업이 잘되고, 국민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례로 일본 게이단렌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의 경우에는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이나 행태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낸다.

지난해 2월에 요네쿠라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세금으로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봉급 도둑과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예산안과 관련 법안 처리, 소비세 인상을 비롯한 세제개혁과 사회보장 개혁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가 정쟁만 일삼고 있는 데 대해 재계의 불만을 대변한 것.

하지만 전경련은 이같은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치권의 '윽박지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정계와 경제계간의 역학관계다. 이는 전경련 회장단 등 재계 대표단체의 무게감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경련 회장단의 구성은 현재 다른 계열로 분리된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같은 뿌리의 기업가문에서 분가하면 그 기업가문의 대표 총수가 참석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삼성가(家)의 삼성, CJ, 신세계, 한솔은 이건희 회장이 대표하고, 현대가는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 현대중공업 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KCC, 한라 그룹 등을 대표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LG와 LS, LIG 등 범 LG가를 대표하고 있다. 다른 그룹 회장도 패키지 형태다.

기업규모가 커지고, 재계 3세와 4세로 분화가 계속되면서 회장단 구성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의 목소리를 올 곧이 담아내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며 "재계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하면서도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회장단의 역할과 구성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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