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국내 스타트업, 이대로 좋은가

더벨 이재영 기자 | 2012.10.29 11:08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0월26일(14:0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청년창업이 20~30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몇몇의 성공 스토리를 쫓아 창조기업(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게 근래의 유행이다. 이젠 10대들까지도 창업에 뛰어들며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지금 스타트업 열풍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청년실업을 타개하기 위한 한 방책으로 청년창업을 장려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엔젤투자매칭펀드의 자금을 늘리고, 각종 기금들을 활용해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간 위축돼왔던 민간 엔젤투자도 다시금 증가추세다. 지난해 1인 창조기업(스타트업) 수는 정부통계 기준 약 26만 2000여 개이며,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약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 열풍의 제일 큰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은 사유와 창조 없이 모방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현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반 상당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미국에서 유행했던 모델들을 들여와 서비스하고 있다. 이마저도 몇 개의 성공 모델에 집중됐다. 티켓몬스터의 성공으로 소셜커머스 비즈니스가 인기를 끌었고,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성공하자 너도나도 딜리버리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최근 애니팡의 성공으로 단순한 모델의 모바일 게임 런칭이 또다른 유행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런칭한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반의 서비스 산업 에 편중돼있다. 더 정확히는 B2C(Business to Consumer)에 기반한 이-커머스(E-Commerce)가 대다수다.

물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그 구조가 단순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손쉽게 창업이 가능하고, 단기간에 매출이 발생하며 현금창출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완전경쟁에 가까운 다수의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아,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근본적인 동기에 있다. 현재의 많은 청년들은 몇몇의 성공사례에 매몰돼 단시간에 큰 돈을 벌거나 멋진 타이틀을 따내려 시작한다. 이러한 동기로는 스타트업으로서의 험난한 길을 견뎌내며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 창업만 하면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어 성공적인 엑시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은 페이스북도 10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으기까지 꼬박 2년이, 1억 명을 돌파하는데에는 4년이 소요됐다. 현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장터에는 한달에도 수십개씩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지만 또 한편에선 수십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전치현상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 중 지속가능한 기업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의 70%가 기술적 기반에 기초한 기술벤처(Technology-based ventures)다. 이들은 사업적 성공 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력생존 이외에도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법의 엑시트를 통해 그 회사의 사업을 영속해나간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경우는 카카오톡, 테터앤컴퍼니 등 손에 꼽아야할 실정이다.

최근의 스타트업 열풍은 글로벌 경기침체 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발굴 등으로 국내경제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행에만 편승해 치밀한 준비와 사업적 가치 없이 시작한다면 인터넷 쇼핑몰 유행이 그랬듯 반짝 트렌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문제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 기술을 개발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IBM이나 시스코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스타트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사업적 가치를 동경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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