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거품' 걷히면 수출기업 심각한 타격"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2.10.25 17:36

[엔고효과가 사라진다]"원고·엔저땐 車·휴대폰 채산성↓...기업들 환차손 걱정"

원·달러 환율이 25일 13개월 만에 1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3개월여 만에 80엔선으로 올라섰다.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떠받쳐 오던 '원저·엔고'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거품'이 걷히면서 그동안 '원고·엔저'로 가격경쟁에서 비교우위를 누려오던 국내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유로존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외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간 강세를 보였던 엔화가 본격적인 약세국면에 돌입하고 있다"며 "원화절상 추세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이 엔화강세로 고생을 많이 했던 반면 우리는 유로존 위기가 부각될 때마다 환율이 급등(원화약세)하면서 적정 가치에 비해 환율이 높게 유지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율효과가 빠른 속도로 걷히면 여기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환차손을 입는 등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화절상으로 득을 보는 기업도 있겠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수출타격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고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원·달러 환율 1100 붕괴와 파급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절상으로 주력수출상품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 5월 25일 1186원까지 급등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확대, 미국·유럽·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100선 아래로 내려가면 환율하락 심리가 커져서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업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환율 절상만큼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채산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휴대폰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 급격한 환율변동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외환당국도 수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원고·엔저' 현상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시장 주체들이 원화절상만 염두에 두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환율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 질 수 있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 속도에 유의하고 있다"면서 "(선물환포지션 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강화 3종 세트의 성과, 보완방안 등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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