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대학졸업생 최소 2만명인데 취업은…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2.12.31 10:23
올해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약 300만명.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을 모두 합친 숫자다. 300만명의 대학생 중에서 올 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이는 15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절반 정도가 소득 7분위 이하 자격 요건을 갖춰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있는 것.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의 약 5.6%(8만3655명)는 취약계층 학생이다.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학생이 6만2625명, 차상위계층 가구 학생은 2만1030명에 달한다. 학년(4년)별로 나눠 단순 계산해 보면 매년 최소 2만명 이상의 저소득층 대학생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5분위 이하의 사실상 저소득층 학생과 고졸 취업희망자까지 포함할 경우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의 학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가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희망사다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취약계층의 특성상 가족의 사고, 질병 등으로 생계를 책임지거나 부모로부터 학비지원을 전혀 기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과도한 아르바이트로 성적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장학금 혜택에서 소외되고, 학업에도 지장을 받아 결국 취업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한 것.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성호(24·가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2006년 서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A대학에 진학할 때만 해도 그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자녀로 비록 가난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서울 명문대에 진학했으니 앞길은 순탄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나 졸업반이 된 지금, 김 씨의 부푼 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저소득층 학생으로 첫 학기 등록금은 지원을 받았지만 하숙비, 생활비 등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뛰다 보니 학업에 소홀해졌고, 결국 첫 학기 학사경고를 받았다. 생활비뿐만 아니라 등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김 씨는 휴학을 하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과외, 학원선생, 편의점은 기본이고 술집종업원, 막노동 등 돈이 되는 일은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겨우 목돈을 마련해 복학을 해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계속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업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고, 아르바이트 때문에 성적이 나빠지고, 성적 때문에 휴학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해 겨우 졸업반이 됐지만 평점은 2점대 초반. 어학연수, 토익, 자격증 등 별다른 '스펙'도 갖추지 못했다. 성적과 스펙을 '빵빵하게' 갖춘 친구들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걸 보고 입사지원은 아예 포기했다.

"2학기에 또 휴학을 신청했어요.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까요. 돌이켜 보면 대학을 다니려고 알바를 한 건지, 알바를 하려고 대학을 다닌 건지 헷갈릴 정도예요. 그런데 저랑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이 꽤 많아요. 취업 고민이 크죠."

A대학 홍보팀장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휴학을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졸업장은 따내지만 취업관문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을 이런 학생들에게 할당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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