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출근할 곳이 없다면…당신은?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12.11.05 11:21

[머니위크 커버]50대여, '인생2막'을 준비하라/ 노후를 활기차게 보내는 법

프랑스 저널리스트 출신의 올리비에는 은퇴 직전 "점점 침몰하는 배에 앉아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은퇴 후 상실감과 허무함을 극복하고 62세에 도보로 실크로드를 횡단한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풍요로운 시기임을 깨달은 것이다.

흔히 노후준비라고 하면 경제적인 부분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나 여가생활까지 미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은퇴준비의 핵심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생애 선택'에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설정하라는 것. 주 회장은 "노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그에 맞게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라"고 조언했다.

은퇴 전에는 생업 차원에서만 일을 해왔다면, 은퇴 후에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신나고 흥분되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취업 또는 창업으로 '제2의 일자리'를 갖게 되면 재정상황이 개선될 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도 얻을 수 있다.



◆성공적으로 인생2막을 연 이들의 비결

#1. 외환위기 무렵 퇴직한 A씨(58)는 암으로 인해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했다. 퇴직 이전 공연기획 업무를 해왔지만 7~8년의 공백 이후 다시 돌아가기가 마땅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A씨는 건강을 회복한 후 사회 재진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가 왔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던 노인복지센터에서 단기간 근로자를 모집한 것. 이후 성실하게 근무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직업상담 업무도 맡게 됐다. A씨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좀 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최근 실버고용전문기관에 정식 채용돼 활기찬 '인생2막'을 열게 됐다.

#2. 굴지의 해운회사에서 정년퇴직한 B씨.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구인광고 사이트 등을 방문했지만, 50세가 넘은 그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B씨는 좌절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인 구직활동에 나섰다. 유창한 영어실력이나 대기업에서 익힌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는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운회사 정보를 수집한 뒤 100여군데에 이력서를 보냈고 마침내 상당수 기업에서 면접 제의를 받게 됐다. B씨는 "당초 채용계획이 없던 회사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3. 퇴직 후 삼겹살집을 창업한 C씨는 "10명 창업하면 8~9명은 망한다"는 창업시장에서 조기 안착에 성공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 덕이다. 그는 창업 전 이미 충분한 사업자금이 준비돼 있었음에도 수개월에 걸쳐 업종 연구를 한 다음, 관련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또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점찍은 상권에 가서 직접 유동인구를 조사하기도 했다. 덕분인지 C씨의 삼겹살집은 개업한 지 채 몇 개월이 안 돼 주변에 2·3호점을 낼 정도로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와 같이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명확히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준비했다는 점이다. 최동현 DBM코리아 이사는 "일자리를 찾는다고 무작정 동분서주하기보다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구직활동에 앞서 반드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제2의 일자리 찾기

노후의 일자리에 관해 노후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그동안의 경력을 잘 살려 그 기술과 노하우를 계속 활용하는 '경력개발형' 일자리,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거나 사회봉사 등을 하는 '사회참여형' 일자리,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생계유지형' 일자리 등이다.


최동현 이사는 "경제적 상황이나 가치관, 건강 등을 고려해서 재취업의 방향을 설정하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방향 설정이 어렵다면 객관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 이사는 "관련 분야의 지식이 많은 지인들의 조언을 받거나 직업전문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일 은퇴 후 '제2의 일자리'를 봉사차원의 일이 아니라, 경력개발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황현정 고령사회고용진흥원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봉사차원이 아닌 직업으로 하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굳은 각오가 필요하다"며 "작은 경력부터 시작해 전문성(자격증 취득 등)을 길러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여나 근무환경에 대한 눈높이 조절도 필요하다. 황 연구원은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돈 때문에 일하는 거 아니다', '기대치를 낮췄다'고 하면서도 막상 부딪히면 생각하는 것과 달라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만큼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각오가 돼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소개하는 '노후불패' 취업지원센터
 
제2의 일자리를 찾고 있다면 주변 복지관과 시·군·구청 등의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보건복지부가 정부지원정책을 소개한 '노후불패' 가이드북을 통해 주요 실버취업지원 기관을 살펴본다.

◈시니어클럽(www.silverpower.or.kr)
고령자의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이다. 시니어클럽을 방문하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사회적으로 유용성이 있는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소규모 창업 및 전문직종 사업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장진입형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 시니어클럽은 전국 102개 기관에서 운영한다.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www.k60.co.kr)
취업상담 알선을 통해 사회참여와 소득보장을 도와주는 보건복지부 지정 무료 노인취업 알선기관이다.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노인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의 취업을 원하는 어르신과 고령자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체를 지원해준다.

◈노(老)-노(老)케어 일자리
노노케어는 건강한 고령자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방문해 말벗이 되어주고 청소나 세탁, 취사 등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활동이다. 만 65세 이상(저소득층 우선선발)이면 가능하며, 거주지의 시·군·구청이나 노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에 신청하면 된다.

◈고령자취업알선센터(www.noinjob.or.kr)
서울시는 실버 바리스타, 광고모델 등 신생분야의 취업 훈련 및 알선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와 동일하게 내년 1월부터 특화된 교육훈련과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며, 취업 준비훈련은 2주마다 실시한다. 취업 훈련 및 구직 신청은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방문하면 상담 후 신청할 수 있으며, 희망자에 한해 노인취업훈련센터에서 훈련받을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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