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로 뭉치니 아름다운 향기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10.27 14:34

[머니위크]기업-사회단체 '행복한 짝짓기

기업과 사회단체의 '행복한 짝짓기'가 늘고 있다. 서로의 전문분야를 공유하며 협업을 통해 제품을 출시하거나 브랜드를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적 변화를 목표로 하는 사회단체, 목적도 갈 길도 다른 이 둘의 접점을 이뤄낸 건 다름아닌 '착한 소비' 트렌드. 최근 윤리적 소비나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요구와 더 많은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고자 노력 중인 사회단체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기업과 사회적 단체의 윤리적 소비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살펴봤다.



◆공정무역 '아름다운커피', 콜라보레이션 제품 잇달아 출시

공정무역 커피브랜드 '아름다운커피'가 지난 8일 출시한 인스턴트 원두커피 '이퀄'. 저개발생산자조합이 생산한 공정무역 재료만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동결건조커피와 분쇄원두는 물론 설탕까지 모두 유기농 인증 재료를 사용한 제품이다. 세련미를 강조한 디자인으로 기존의 공정무역커피 제품과 차별화하며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숨은 공로자는 바로 브랜드 컨설팅전문기업인 '인터브랜드'다. 제품의 개발과 유통 등은 공정무역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아름다운커피에서 맡고,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은 인터브랜드에서 재능기부로 협업을 진행했다.

인터브랜드는 이번 작업을 위해 TF(테스크 포스)팀을 꾸리고 디자이너들과 함께 제품 콘셉트 결정부터 아름다운가게 측과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황유진 디렉터는 "인터브랜드 측에서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만큼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상당히 중요했다"며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만족감이 높다. 황 디렉터는 "회사 측에서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지만 막상 우리가 모르는 분야에 섣불리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름다운커피를 통해 우리에게 모자랐던 부분을 보완하고, 우리 역시 전문성을 살린 작업으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컸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인터브랜드는 앞으로도 아름다운커피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공정무역커피 생산에 재능기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아름다운커피는 이외에도 지난 9월 건국유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RTD커피음료 '카페네모'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이미 많은 커피·우유업계에서 RTD시장에 뛰어든 상황에서 건국유업이 공정무역 원료를 선택한 것은 제품 차별화를 위한 목적이 컸다. '공정무역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패키지에도 커피 원산지인 페루의 전통의상을 입은 생산자를 그려 넣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개봉할 때마다 생산자들이 활짝 팔을 벌리는 희망찬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건국유업이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공정무역 커피원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권재형 건국유업 마케팅팀장은 "대학을 기반으로 한 국민건강기업인 만큼 사명감과 보람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이라는 데 의의가 뒀다"며 "아름다운커피의 사회적 책임과 건국유업의 식품 전문성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건국유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공정무역 커피와 코코아 분말을 사용한 음료 개발과 함께 대학 차원에서도 관련 캠페인과 농업 연구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최윤정 아름다운커피 영업마케팅팀장은 "카페네모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생산이나 유통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며 "사회단체가 가지는 약점들을 기업의 전문성을 통해 보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리적 패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

커피와 같은 공정무역 제품 외에 패션 분야에서도 '윤리적 패션'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와 함께 리디자인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론칭한 FnC코오롱이 대표적이다. 래코드는 소각돼 버려지는 옷을 새로운 옷과 소품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한번 입고 버려지는 옷의 낭비를 막고 자연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제품 생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옷의 해체작업에 굿윌스토어가 참여하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적인 의류 생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고 있다.

FnC코오롱 관계자는 "보통 3년차를 넘어선 재고제품들은 소각되는데 그 비용만 연간 40억원에 달한다"며 "최근 친환경 소비·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빈티지한 느낌을 살린 디자인으로 새로운 라인을 선보일 때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페어트레이드코리아'도 보다 전문적이고 새로운 공정무역 의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신진디자이너들과 손을 잡고 지난해부터 '제4세계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라운드 스퀘어>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신상품들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또 다른 파트너는 종합디자인 컨설팅회사인 '컨티늄코리아'. 전문디자인업체를 통해 신진디자이너들과 접촉을 넓히며 새로운 디자인을 생산하고,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아시아 저개발국가의 공정무역 생산자들과 연계해 제품이 최종적으로 생산된다. 이를 통해 생산자들은 뛰어난 수공예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부족했던 디자인 부문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신진디자이너들은 윤리적 생산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경제공동체인 셈이다.

물론 기업과 사회단체의 이 같은 협업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목적이 다른 만큼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윤정 팀장은 "아무리 선의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사업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단체들 역시 주류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품질과 업무역량을 갖춰야만 한다"며 "기업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마케팅 효과만을 바란다면 지속적인 협업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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