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전성시대, 시장도 쑥쑥!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10.23 11:03

[머니위크 창간5주년 특집]웹툰경제학/ 경제가치 커지는 웹툰시장

작가-소비자 정서적 합일치로 폭풍성장
콘텐츠 판권 보호 과제로

‘88만원 세대’의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장소 편의점. 이곳에서 일하는 대학생들의 애환을 다룬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은 TV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제작돼 폭 넓게 사랑 받고 있다.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을 녹여낸 김규삼 작가의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게임에 이어 시트콤 제작을 준비 중이다.

‘고작 만화’가 아니다. 짧은 몇 컷으로 이뤄진 웹툰의 깊이 있는 시선이 여론을 이끌기도 하고, 게임이나 영화 등에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관공서나 기업의 홍보 만화나 광고에 웹툰이 등장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2012 대한민국에서 웹툰의 영향력은 이토록 막강하다.

그렇다면 '웹툰 시장'은 어떨까. 웹툰의 역할이 늘어갈수록 그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웹툰 경제학을 살펴봤다.



◆ 만화-인터넷 만나 새시장 창출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인 웹툰은 쉽게 말해 ‘인터넷으로 보는 만화’다. 단순히 기존의 출판 만화를 스캔해서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인터넷을 통해 만화를 보는 데 목적을 두고 제작된 만화라 할 수 있다.

웹툰과 기존 만화의 차이점 역시 이 같은 출발점에서부터 갈린다. 기존의 만화가 책장을 옆으로 넘겨 보는 방식이라면 웹툰은 아래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독자들이 마우스를 통해 쉽게 내려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도 많이 다르다. 웹툰은 인터넷 서핑을 즐기다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초기 인기작들의 경우 대부분 이야기는 단순하게, 개그 요소를 적절히 버무려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림체가 다소 어설프더라도 상관없다. 독자들이 쉽게 찾아 읽고 공감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웹툰의 진화 역시 ‘인터넷으로 보여진다’는 특성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다이어트부터 시사, 환타지까지 소재 역시 전문화·세분화되는 추세다. 댓글을 통해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 직접적이고 가까워지면서 독자의 취향이나 의견이 작품에 바로 바로 반영된 결과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뚝 떨어뜨리는 연출기법 등 이야기 전개에서도 인터넷 독자의 특성이 십분 활용된다.

웹툰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기업의 광고나 이벤트 등에 웹툰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에서 070플레이어 서비스의 홍보를 위해 웹툰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다. 영화 <늑대 소년>은 거꾸로 영화 홍보를 위해 웹툰을 제작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작품의 감성이나 분위기 등을 웹툰으로 먼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은 ““웹툰을 그리는 창작자와 이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환경이 동일해지면서 정서적 합일치가 이뤄졌다”며 "기존 만화와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풍성장 웹툰 “수요 있는데 시장이 없다”


국내에 연재 중인 웹툰은 네이버 120~130여 편, 다음 70여편, 그리고 네이트 수십여편 등을 포함해 200여 편을 넘어선다. 과거 연재됐거나 연재를 준비 중인 작가들까지 포함해 어림잡아 300여명 정도가 ‘웹툰 작가’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의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로 평가될까. 애석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웹툰 시장과 관련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성용 주무관은 “현재 웹툰 시장은 포털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는 시스템이다”며 “웹툰을 통한 직접적인 매출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여서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 부가가치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웹툰 원작자에 대한 저작권료가 작품에 따라 워낙 천차만별인데다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주무관은 “웹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웹툰산업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며 “해마다 만화진흥원과 함께 ‘만화 백서’를 발간하는데 내년에는 이에 대한 정확한 시장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재 활동 작가들의 얘기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대표 인기 작가로 활동 중인 A는 이를 “웹툰에 대한 수요는 있는데 시장은 없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미 일상적으로 웹툰을 찾아 읽을 만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독자들이 무료 시장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화 등 부가콘텐츠의 판권 역시 낮게 책정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때문에 최근에는 웹툰의 저작권 사업을 위해 작가들이 만화콘텐츠기획사를 차리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끼>의 윤태호, <누들누드>의 양영순, <순정만화>의 강풀이 주축이 돼 2009년 설립한 누룩미디어가 그것이다. 웹툰의 부가산업화, 해외판권 사업 등에서 작가들이 작품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작가 B는 "작가들이 포털 플랫폼에만 의지하다 보니 웹툰 판권을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원작료나 시나리오 비용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며 "웹툰 저작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포털이 키운 웹툰, 문화산업화 뒷받침” 반론도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포털 측에서는 이를 “작가들이 열심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포털은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구조다”라며 "좋은 작품만으로 웹툰이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답한다. ‘홍보 창구’로서 포털의 역할이 있었기에 콘텐츠가 힘을 갖고 영화나 출판 등 2차 콘텐츠로 판매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지금의 포털은 일종의 TV 방송국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비교하자면 이렇다. 기존의 만화 시장이 콘텐츠에 대한 관람료를 지불하는 극장 영화 시장이었다면, 지금의 웹툰은 TV 시장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한다. 이 시청률을 통해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가 결정되고 시장에서 이익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김준구 웹툰서비스 팀장은 “2000년대 초반이 웹툰 서비스 자체를 홍보하는 시기였다면 2010년 무렵부터는 본격적인 콘텐츠 발굴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인 단계”라며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알려 웹툰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 외에 작가들과 상생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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