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해서 못 꺼내"… '굴욕폰' 된 엘리트폰

머니투데이 차예지 기자 | 2012.10.17 11:4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1월 3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이패드를 손에 든 채 로버트 카틸로 국가정보국장의 일일 브리핑을 듣고 있다.
한때 영향력 있는 엘리트들이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가 '굴욕폰'으로 전락했다고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 제조한 블랙베리는 뛰어난 보안성으로 기업 고객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아이폰과 갤럭시 등 스마트폰에 밀려 3년 전만 해도 50%대였던 점유율이 현재는 5% 이하로 떨어졌다. 보안 문제로 블랙베리 사용을 고수하던 백악관조차도 최근 아이폰 쪽으로 돌아서 블랙베리의 추락에 날개를 달아줬다.

블랙베리 애호가로 널리 알려졌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는 국가안전보장 회의 자리에서 아이패드로 업무를 본다. 그 때문에 백악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관용 휴대폰이 아이폰으로 바뀐 것이 오바마 대통령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논평을 피했다.

구글에서 야후로 영입된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 역시 회사의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직원들의 블랙베리부터 최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으로 교체했다. NYT는 블랙베리가 워싱턴이나 월스트리트, 로펌에는 아직 남아있을지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넥타이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존재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블랙베리 이용자들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줄까봐 휴대폰을 사람들 앞에 꺼내는 것을 주저하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사람들의 눈길 때문에 더 이상 파티나 회의 자리에서 블랙베리를 꺼내지 않는다. 그는 고객들이 블랙베리를 보고 자신을 평가할까봐 아이패드 아래에 그것을 숨긴다고 말했다.


28세의 한 헤지펀드 마케터는 최근 뉴욕주 로커스트 밸리의 고급 컨트리 클럽에서 블랙베리를 충전하려고 하다가 굴욕을 당했다. 블랙베리의 충전을 클럽 직원에게 부탁했던 그는 "내 휴대폰의 기종을 확인한 직원이 혐오스러운 톤으로 '그 기종 충전기는 없다'고 말했다"며 불평했다.

블랙베리 이용자들의 불편함은 그뿐만이 아니다. 블랙베리 이용자들은 자신들은 이용할 수 없는 소셜네트워킹 어플로 대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일이 점차 잦아지고 있다.

또한 그들은 여행상품이나 레스토랑 예약, 스포츠 경기 점수 확인 등을 다른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자꾸 부탁해 구박을 받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회사 임원은 "두 번이나 세 번 이상 질문을 하고 부탁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이유로 사용자들은 '자판의 편리성'을 주로 꼽았다. 신문은 RIM의 미래가 이미 수차례 연기된 바 있는 새 휴대폰 모델 출시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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