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학번 30대 "집 안사"…강남 집값 더 빠진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2.10.15 10:45

집 샀다 손실 경험, 송흥익 KDB대우증권 건설 애널리스트 예상

↑송흥익 연구원
"지난 97학년도에 대학을 입학해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모의 실직을 지켜본 30대가 집을 사지 않고 있습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연구원(36)은 "집을 사야할 주 수요층인 30대가 집을 사지 않고 있다"며 집값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그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보고서로 증권업계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건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서울 고가지역(강남·서초·송파 등) 집 값이 평균 17.9% 하락한다고 분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송 연구원은 "지금 30대 중반인 'IMF세대'가 취업한 직후인 2004~2005년, 이들은 집을 살만한 여력이 없었고 집값이 오르는 걸 보고만 있었다"며 "이제 평균 1억~1억5000만원 내외의 자금을 모았지만 이 돈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32평 아파트의 평균가격(종로, 동작 등 중가지역 기준)은 약 4억8000만원. 직장생활 8년차, 자녀 한 명, 평균 자산 1억5000만원을 보유한 30대 중반 직장인이 이 집을 사기 위해서는 3억3000만원의 대출(레버리지)이 필요하다. 하지만 3억원의 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1500만원의 이자(대출금리4.5% 적용)가 발생하는데 30대는 이 비용을 부담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30대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며 "이자에 세금까지 계산하면 연간 2000만원에 달하는 돈이 증발하는데 집 값이 오른다는 보장 없이 매년 이 돈을 금융기관에 자진납부하려는 사람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지금 한창 자산을 불려갈 나이인 30대가 이자 대신 저축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 집값은 추세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30대의 합리적 사고가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다"고 전망했다.


건설 애널리스트인 송 연구원이 처음 집값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 때문이었다. 건설사를 분석하며 한국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니 주택 문제가 한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250조원. 코스피 시가총액은 1150조원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시총'은 50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주거목적의 주택시장이 약 3500조원이다. 주식시장보다 3배 크고 한국 자산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인 셈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개인적인 고민과도 맞물려있다. 약 5년 전 대출을 끼고 집을 샀던 송 연구원은 더 이상 이자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올해 초 집을 팔았다. 분양가 대비로는 1400만원을 더 받았지만 그간 이자 비용으로 4000만원을 지불했으니 손해를 본 셈이다.

송 연구원은 "대한민국 주택가격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나와 동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문제"라며 "지금 사회시스템은 집을 사면 곧 대출의 노예가 되는 구조로 짜여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도세, 취득세 감면 등 미봉책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정부, 기업, 가계 중 대차대조표가 가장 부실한 가계의 소득을 높여 부채를 축소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늦은 결혼, 전월세 가격 상승, 보육·교육비 증가, 출산율 감소 문제의 중요한 원인은 높은 부동산 가격"이라며 "부채 때문에 망가지는 가계를 살려 한국 경제의 삼박자가 맞을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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