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안모씨(73)가 서초구 잠원동 은강교회 앞에서 신호위반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를 낸 뒤 정신을 잃고 500m 가량 가속페달을 계속 밟았다. 안전벨트도 풀지 못하고 기절한 안씨의 차 엔진룸에서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폭발음과 함께 차량에 불이 붙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발걸음을 멈췄지만 치솟는 불길 때문에 발을 동동 굴리며 구경만 할 뿐. 그때 쏜살 같이 달려나가 택시기사를 들쳐 업고 나오는 교복차림의 학생이 있었다. 서울 현대고 3학년 11반에 재학중인 김택우군(18)이었다.
김군은 택시기사 안씨를 부축하며 연신 정신을 차리라 외치다 주위 시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상황을 인계한 뒤 다시 등굣길에 올랐다. 학교에 가서도 평상시와 다름 없는 일상을 보냈다. 신속한 구조 덕에 김군 역시 부상을 입지 않아 주변인들은 더욱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김군은 사건 경위를 묻는 질문에 "걸어서 등교하던 중 불 붙은 택시 안의 할아버지를 보고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던 길을 되돌아와 구출하게 됐다"면서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명완 학생주임은 "김군이 고3이라 입시 공부 때문에 일찍 등교해야 함에도 지각을 감수하면서 인명을 살리려 노력해 장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달 안에 김기출 경찰서장 이름으로 김군에게 '용감한 시민' 표창장과 상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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