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4조' 지원한다더니 '겨우…'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2.10.11 06:11

"대형조선사는 동일인여신한도 걸리고 중소조선사는 신용이 문제"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이 4조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한 '선박 제작 금융'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프로그램 시행 1개월이 지났지만 집행된 금액은 1000억원에 불과하고 중소형 조선사들에 대한 지원은 아예 검토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선박제작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하지만 한달이 넘도록 실제 지원이 이뤄진 사례는 정책금융공사가 지난달 26일 STX조선해양에 1000억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이전까지는 수출입은행이 유일하게 선박제작금융을 지원해왔지만, 이를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넓혀 조선소들의 자금난을 풀어주자는 취지로 제도가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의 주도로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우리·외환·국민·하나·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이 동참해 시행에 들어갔다.

지원 예정 금액은 모두 4조원 안팎으로 금융위는 2014년까지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막상 실행에 들어갔지만 은행들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물론 기타 중소 조선사들에도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은 신용도가 우수하지만 기존 대출분을 포함해 동일인여신한도(수출입은행은 자기자본의 60%, 시중은행은 15%)에 걸려 지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이미 동일인여신한도가 한계점에 달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이 제도가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동일인여신한도 상향을 정부에 요구할 정도다. 시중은행들은 수치를 공개하지 않지만 사정은 비슷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 조선사들은 아예 지원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8~2009년 중소조선사들의 연쇄 도산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중소조선사들은 신용이 좋지 않아 심사과정에서 자동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민간 은행들이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또 "성동조선이나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워크아웃 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 개별 은행들이 선뜻 나서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미 지원이 이뤄진 정책금융공사를 제외하면, 산업은행만이 이달 말 현대중공업에 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그나마 한도 설정액이 5000억원이어서 3000억원밖에 여력이 남지 않았다.

조선소들은 유명무실한 지원 방안으로 전락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효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대형사,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이런 저런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거나 지원금액도 미미하다면 4조원이라는 말은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여신한도를 늘리든지 정부가 신용보증을 해주든지 하는 구체적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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