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남' 과천, 요즘엔 집값 2억 내려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2.10.06 09:34

[부동산'후'] 세종시 이전 악재, '상전벽해' 과천의 우울한 현주소


1983년 정부청사 첫 입주
한때 서울보다 집값 비싸
     ▼
금융위기 직후 1차 타격
세종시 이전 프리미엄 ↓
3년새 매매가 30%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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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자에 최적의 조건
낙폭 큰 주택매수 고민을


ⓒ그래픽=김현정



 "비만 오면 주변이 진창이 됐죠. 장화 신고 출근해야 할 정도였어요. 조경용 나무들은 제 키 높이만 해서 언제 크나 했는데 어느덧 울창해진 걸 보면 새삼 놀랍니다. 나무만큼이나 그동안 과천시도 상전벽해처럼 바뀌었습니다."

 1983년 과천 정부청사에 처음 입주했던 국토해양부(당시 건설부) 고위공무원은 당시 과천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살고 싶은 도시 전국 1위…'준강남' 불리며 전성기"
 경기 과천은 정부2청사 건립계획에 따라 개발된 도시다. 1914년 경기 시흥군 과천면으로 지정됐고 정부의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이후 87년 과천시로 승격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과천시 인구는 2009년 기준 7만2049명인 소도시다. 인구는 적은 편이지만 경쟁력 높은 도시로 평가받는다. 과천시는 2010년 공공자치연구원에서 230개 지방자치단체를 시·군·구로 나눠 평가한 결과 △도시 경제력 △행정 효율성 확대 △지역 고용률 △삶의 질 향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종합 1위를 차지할 만큼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계획도시로 조성돼 도로나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에 둘러싸여 있으며 전체의 약 70%가 자연녹지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 무엇보다 사당동이나 서초동까지 5~10분 이내로 가까워 사실상 서울 생활권에 든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과천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과천의 진가를 알려면 시내를 차로 이동하지 말고 동네를 걸어서 돌아다녀봐야 한다"며 "과천처럼 서울과 가까우면서 전원생활의 느낌을 갖춘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이같은 장점 때문에 '준강남'으로 불리며 부동산 활황기에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탔다. 늦게 과천 정부청사에 입주한 정부기관 직원들은 당시 공무원 배정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한 탓에 과천에 집을 마련하는 것을 엄두도 못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94년부터 과천생활을 했는데 당시 이 지역 집값은 강남권을 제외하면 서울보다 비쌌다"며 "공무원 특별분양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과천은 그림의 떡이라 평촌, 산본, 서울 사당동에 집을 마련하거나 과천 전세를 구하러 다녔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과천 주민은 "96년 과천주공7단지 74㎡를 2억2600만원에 샀는데 점점 오르더니 2006년에는 9억~10억원까지 뛰었을 정도로 꺾일 줄 모르는 기세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1차 타격…세종시 이전 카운터펀치"
 과천 전성기는 2008년까지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국 부동산시장에 낀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과천도 비껴가지 못했다.

 별양동 '래미안 슈르' 84㎡(이하 전용면적) 매매가는 평균 6억5000만원. 일부 급매물은 6억원에도 나와 있다. A공인중개 대표는 "2006년 8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가격이 쭉 내려가면서 현재는 30%가량 떨어졌다"며 "이마저도 매수세가 붙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고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득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인하해도 문의가 없었다"며 "최근 2~3개월 동안 매매계약을 1건도 하지 못해 가게를 운영하기조차 힘들어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여러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 프리미엄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현지 부동산시장과 상권에 카운터펀치로 작용했다. 과천시 상권은 공무원들이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과천 정부청사에는 7개 부처 5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식사를 위해 과천시내를 드나들던 공무원들의 경제활동이 지역경제를 사실상 견인해왔다는 것이다. 견인차가 빠지면서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시장 분위기를 더욱 침체에 빠뜨렸다는 분석이다.

 과천에서 12년째 음식점을 운영한 Y업체 사장은 "평일 기준으로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어림잡아 30%여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 타격이 크다"며 "그나마 산자락에 있어 주말 나들이 고객도 꽤 찾아오는데 단골 공무원들을 따라 세종시로 내려가면 초창기엔 자리가 안잡혀 주말장사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자구책으로 주말 가족들 메뉴를 개발해 세종시 충격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시외에 있어 주말 손님이 찾아오는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내 음식점은 매출의 절반가량이 정부청사와 연계된 곳이 적지 않아 폐업 직전에까지 몰린 곳도 있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부처 이전으로 세종시 분양을 시작한 1년 전부터 상권이 침체를 보였다"며 "일부 상가는 권리금마저 없는 상황인데도 들어오려는 수요가 없어 나가지도 못하고 억지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도 미래도 회색빛?
 과천의 과거는 핑크빛이었고 현재는 회색빛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거주자라면 과천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온다. 집값이 고점 대비 20~30% 정도 하락한 곳이라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관점이다.

 정부청사가 빠져나간 자리는 다른 기관으로 채워진다. 이전 부처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진 못하더라도 정부 부처 이전이란 악재를 시장이 선반영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을 역발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천이 갖고 있는 지리적·환경적 매력은 여전해 상대적으로 하방경직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천은 투기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수년간 가격조정이 이뤄졌고 세종시 이전 악재도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됐다"며 "현재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의 가장 기본적인 거주환경 측면만 고려해 낙폭이 큰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를 고민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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