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 이장'의 화끈한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규일 한국축구사회 사무총장 | 2012.09.27 11:17

[최규일의 왓츠 업 사커]

새로운 축구대표팀이 구성됐다. 선수들 면면을 보니 곳곳에서 감독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강희 호’에서 공수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이동국(33.포항)과 이정수(32.알사드)가 제외됐고, 최근 활약상이 좋은 ‘영건’ 손흥민(20.함부르크)은 재발탁됐다. 이를 두고 대표팀 세대교체가 시작됐다는 섣부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표팀 구성은 최강희 감독의 승부수란 느낌을 짙게 받는다.

이동국과 이정수의 탈락은 큰 이슈가 됐다. 이동국은 자타 공인 ‘최강희의 남자’였다. ‘지나치게 이동국을 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 감독은 끄덕도 하지 않았고, 이동국 역시 최 감독 부임 후 7번의 A매치에서 4골을 터뜨리며 화답했다. 이정수는 6번의 A매치에서 주전 수비수로 후방을 지켜왔다.

그 둘을 최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과감히 버렸다. 두 선수를 잃음으로써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믿음이 그 배경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후 둘의 제외를 결정했다”는 최 감독은 26일 새 대표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이든 선수가 경기에 못 나가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과 이정수가 우즈벡전에서 후배들이 인정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신의 애제자들을 내친 셈이다.

한편으로 최 감독의 배려 차원이란 느낌이 든다. 대표팀 내에서 최고참급인 둘은 그동안 월드컵 최종예선과 프로리그를 거푸 치르며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더욱이 한국에서 이란까지는 비행시간이 만만치 않고, 경기 장소인 테헤란은 엘부르즈 산맥 비탈면의 해발 1200m 고원 지대다. 지친 선수들을 굳이 그 곳까지 데려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보다는 조금이나마 휴식을 가지면서 각자의 리그에서 컨디션을 조절하게 한 뒤 대표팀 재발탁의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선수시절 최강희 감독은 ‘성실함의 대명사’ 였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지만 프로축구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200경기 이상 출장한 ‘철각’이었고, 자기 관리 또한 확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가 선수 생활을 하던 때만해도 축구계에서 K대나 Y대, 혹은 H대 등 축구 명문 출신이 아니면 크게 알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최 감독은 고졸이라는 경력으로 프로 최고의 선수가 됐고, 감독이 된 후엔 전북의 전성시대를 이끌었으며 지금은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 바탕엔 특유의 성실함과 뚝심, 치밀한 선수관리 능력이 있었다.

오는 10월 17일 열리는 이란전에 좋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구라도 대표팀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감독은 권위를 더욱 굳건히 했고, 남은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 정신력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태극 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봉동 이장’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벗어 던진 채 독기를 품고 대표팀 체질개선에 나선 최강희 감독의 ‘성공 스토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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