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웅진그룹 본사의 길고 긴 하루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12.09.27 07:58

웅진홀딩스 극동건설 둘다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 웅진코웨이에도 파장

웅진그룹 계열의 시공능력 평가순위 38위의 극동건설이 자금난으로 1차 부도에 이어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다. 사진은 극동건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사진제공 (서울=뉴스1) 한재호 기자
26일 오전 9시30분쯤 웅진그룹 계열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충무로 극동빌딩에 기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윤 회장의 생각을 직접 듣기 위해서다. 이날 두 회사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와 2위에 올랐다.

극동건설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던 웅진홀딩스 측은 오후 5시15분쯤 공식적인 입장을 보도자료로 내기 전까지 함구했다. 웅진그룹과 연결하기 위한 모든 전화는 받지 않았고, 전화통화가 어려워 직접 사옥을 찾은 기자들은 이 빌딩 24층 윤석금 웅진회장실로 가는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방문객이 사무실 내부에 연락할 수 있는 안내전화도 받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차례의 통화 끝에 받은 직원은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는 말만 하고 통화를 끝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24층의 오른쪽은 회장실과 임원실, 왼쪽은 스텝부서가 쓰는 사무공간이지만, 적막만 감돌았다. 어딘가에서 긴급 임원회의와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 금융권을 통해 극동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런 보도 직후 그 때서야 접촉할 수 있었던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보도와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1시간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뭔가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기다려 나온 내용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극동건설만 그룹에서 잘라낼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그룹의 중심축인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극약처방이 나온 것.


계열사뿐만 아니라 지주회사가 동시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경우는 처음 있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윤 회장이 73.92%의 지분을 보유한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것은 웅진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웅진그룹의 유동성 회복의 한 가닥 희망이었던 웅진코웨이 매각도 중단됐다.

웅진홀딩스의 이러한 입장이 전해지자 파장은 웅진코웨이로도 흘러갔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저희 모두 '멘붕(정신적 충격)' 상태입니다. 야근할 힘도 없어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웅진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저희 어떡하죠?"

윤 회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던 기자들은 오후 7시30분까지 극동빌딩 로비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하지만 이땐 이미 윤 회장과 회사 고위관계자들이 30분전에 뒷문으로 돌아나간 뒤였다. 자신의 사옥 정문을 두고도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던 윤 회장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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