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도 깜짝 놀랄 '증세 없는 복지' 비법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12.09.21 06:00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할까]<1>사회 문제 해소에 참여하는 자본

편집자주 |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재정 한계에 부닥친 정부, 요동치며 불안한 자본시장에 한계를 느낀 대형투자자, 빈곤인구의 거대한 고통에 대한 해법을 찾는 자선가. 이들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고 있다. '사회투자'라는 테이블이다. '사회투자'는 자본이 혁신을 일으키는 원리를 사회 문제 해소에 적용해 '증세 없는 복지', 투자가 되는 복지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등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도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복지 문제를 해결할 비법이 될 수도 있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6회에 거쳐 국내외에서 시작되고 있는 사회투자의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한다.

↑제임스 에머슨 임팩스에셋 이사 ⓒ자본시장연구원
"자본가들이 전엔 돈은 '여기'서 벌고 자선은 다른 데에서 했다. 이제 가치와 투자수익이 '여기'서 결합되고 있다."

제임스 에머슨 미국 임팩스에셋 이사가 말한 '여기'란 자본시장이다. 재무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합친 통합가치(Blended Value)론의 주창자인 그는 "최고 고액 자산가들이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이 큰 데에 투자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새로운 자본주의, 새로운 사회. 경제정책 그리고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할' 국제회의를 연 자본시장연구원이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영국 국립과학기술예술기금(NESTA)의 제프 멀건 대표는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가 이제야말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첨언했다. 그는 "런던, 뉴욕 금융가의 금융인들이 10년 전만해도 주변적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서로 이 분야에 들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 '사회 투자'가 들어오고 있다. '사회 투자'란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투자, 사회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투자를 일컫는다. 과거엔 정부 혹은 자선단체가 주로 나섰던 영역에 자본이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는 '사회 투자'로 수익을 얻고 있다. 멀건 대표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발달한 유럽 지역에선 사회투자 수익률이 평균 5~8%"라며 "저금리 시대에 상업적 측면에서도 매력적 수익률이라 교회, 모스크(이슬람) 같은 종교적 기관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사회투자는 금융자본주의의 상징, 미국 뉴욕에도 상륙했다. 지난 8월, 골드만삭스는 라이커스섬 교도소 청소년 퇴소자의 재범률을 낮추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에 96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 세계 금융가의 주목을 받았다.

이 상품은 청소년 퇴소자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한 '청소년 행동학습체험'(ABLE) 프로그램에 투자해 최대 25%의 수익을 낸다. 즉, 청소년 범죄자의 재범률이 10% 이상 줄어들면 투자자한테 수익으로 돌려주고 반대로 재범률이 늘면 투자원금의 30%까지 손실 즉 기부금으로 처리한다.
↑제프 멀건 NESTA 대표 ⓒ자본시장연구원

청소년교정 같은 사회사업에 돈을 대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수익이 난다는 걸까.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청소년들이 범죄인으로 자라지 않으면 뉴욕시는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예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즉, 사회비용을 줄여주는 대가를 투자수익으로 환산해주는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SIB는 사회 문제의 해결 주체를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 바꾸면서 민간의 효율성을 공공 부문으로 끌어 들인다"며 "납세자가 향후 더 많은 돈을 내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를 좀 더 적은 돈으로 해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회투자의 핵심은 역시 재무적 수익률보다는 자본의 혁신력을 통한 사회 가치 창출 즉 사회 문제 해소에 있다. 경제 위기로 재정 압박이 커진 각국 정부들은 사회투자를 통해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길 기대하며 이 기금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SIB에 올해 예산 1억 달러, 우리 돈 1100억여 원을 책정하는 한편 사회혁신사무소를 백악관에 개설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Big Society Capital)'이라는 사회투자전문기금을 설립해 현재까지 6억 파운드, 우리 돈 1조200억여 원의 휴면예금과 기부금을 모았다.

국내에서 사회투자는 아직 태동 단계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2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사회투자기금 민간위탁 동의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만약 올해 중 출범에 성공한다면 아시아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사회투자기금이 될 것이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과장은 "고령화, 일자리 감소 등 사회복지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사회복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는 사회투자가 증세 없이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을 민간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민간'이란, 시민사회뿐 아니라 대기업·금융·기부자본을 뜻한다.

싱가포르에 자리 잡은 사회적 증권거래소 IIX의 듀릴 샤네즈 회장은 "자본시장의 위력은 1990년 0.05%였던 휴대폰 보급률을 78%로까지 높였다"며 "우리는 자본시장의 위력을 축하하며 그 힘을 불평등, 기후변화 같은 사회 문제에 쓰자"고 말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국제회의에 발제자로 온 샤네즈 회장은 단상 뒤에 걸린 황소 휘장에 연필로 심장을 그려 넣는 낙서를 남겼다. 월스트리트의 상징 황소에 따뜻한 배려를 의미하는 심장을 넣은 것이다.
↑듀릴 샤네즈 IIX 회장 ⓒ자본시장연구원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허웅 전 여친, 이선균 공갈사건 피고인과 같은 업소 출신
  2. 2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3. 3 "허웅이 낙태 강요…두 번째 임신은 강제적 성관계 때문" 전 여친 주장
  4. 4 "손흥민 이미지…20억 안부른 게 다행" 손웅정 고소 부모 녹취록 나왔다
  5. 5 강제로 키스마크 남겼다?…피겨 이해인, 성추행 피해자 문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