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희망채용 씨뿌리는 '꿈의 교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정지은 기자 | 2012.09.20 08:03

[희망채용, 대한민국을 바꾼다]삼성 '드림 클래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친다

편집자주 | '개천에서 용난다'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또 좋은 직장에 취직해 고향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원에 가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중학교 과정부터 가정형편에 따라 본격적으로 학력차이가 벌어진다. 고등학교에 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원서쓰기도 힘든 대학입시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은 더 좋은 점수를 받고도 불합격하거나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업들이 원하는 능력을 갖출 기회는 애초부터 균등하지 않은 셈이다. 저소득층을 우선 채용하는 '희망채용'에 앞서 가정형편으로 좌절하지 않고 실력을 갖출수 있는 '희망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백석중학교에서 방과후 학습지원 프로그램인 삼성 '드림클래스'가 진행됐다. 10명의 학생들이 대학생 강사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AB와 AC의 거리가 같고 AB와 BD, AC와 CD는 직각으로 만난다고 했으니까 답은 얼마지?”
“19, 20, 21, 22” 한꺼번에 네 개의 답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3시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백석중학교 3학년 한 교실의 풍경이다. 10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답이 틀려서 선생님에게 혼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은 아이들에게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선생님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됩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자 선생님은 학생 옆으로 가서 1:1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나머지 학생들은 조용히 다음 문제를 혼자서 풀고 있었다.

잠시 후 “선생님 지금 25분이니까 35분까지 쉬면 되는거죠?”
수업시간이 예정보다 5분 길어졌으니 쉬는 시간도 5분 더 달라는 얘기다. 일반 수업시간 선생님과는 오가기 힘든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가정형편 따른 학력차 극복, 중학교 때가 가장 중요

삼성이 후원하는 ‘드림클래스’는 드림클래스는 학습의지는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성적을 내기 힘든 중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이다.

과목은 영어와 수학. 지난 3월부터 전국 21개 주요도시 117개 중학교 42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도시 중학교는 평일 주4회 1일 2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주중 이동이 어려운 중소 도시는 주말 4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삼성 관계자는 “중학교는 고등교육으로 발전하는 기초를 다지는 때이자, 동시에 가정형편에 따른 학력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라며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평등한 교육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총 15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시범사업의 경우 영어와 수학 평균이 각각 7점과 15점 상승했다. 두 과목 평균 점수 역시 11점(21%) 향상됐다.
올해 여름방학 때 전남지역 도서지역 중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방학캠프 역시 영어 18.2점, 수학 16.8점 향상됐다.

◇ “좀 더 늘려 달라” 현장 목소리

양희섭 백석중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대학생 강사를 형이나 누나 같이 느끼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매우 고마워한다”며 “다른 기업들도 참여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행정적인 업무는 물론 생활지도 등 너무 많은 짐이 지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교육 지원이 큰 보탬이 된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양 교장은 “방과후 수업이 활성화되면 일선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좀 더 수업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성하 백석중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재미가 없거나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억지로 참여시킬 수가 없다”며 “신청 학생이 많아 희망자들 전원이 수업을 듣지는 못하며, 2학기 드림클래스 수업 출석률은 거의 100%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참여해 줬으면 하지만, 1회성 행사나 홍보 목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나 미술 등 다른 과목에 대한 수요도 많기 때문에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기업도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호응이 좋자 삼성은 드림클래스 참여 학생을 총 1만50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주중 7200명, 주말 1800명 등 총 9000명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방학캠프를 열어 읍·면·도서지역 학생 6000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도 3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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