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기아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K9과 올해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BMW '520d(6200만원)'의 가격비교를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K9의 가격이 5290만~8640만원까지 책정돼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트림은 3.3리터 프레스티지 스페셜(5800만원)과 3.3리터 노블레스 스페셜(6400만원)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K9'을 출시하면서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 등을 주 경쟁차종으로 정했지만, 실질적인 가격 면에선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등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로선 K9의 흥행참패라 할 수 있다. 기아차가 월 2000대 목표를 한 거에 비하면 K9의 4개월 판매량(5~8월, 5400여대)은 목표치의 70%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엔 800대에 그치는 부진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 보다도 크게 뒤쳐지고 있다.
반면 독일차들의 판매량은 K9의 출시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MW '520d'의 판매량은 K9이 출시된 5월 993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4개월간 2331대로 월평균 600대, 가솔린 '528'도 같은 기간 1164대로 월평균 300대가량 꾸준히 각각 판매됐다. 고성능과 투어링을 포함한 5시리즈 전체로는 4개월간 3600여대를 기록했다.
BMW코리아 측은 "520d의 경우 현재도 계약자대비 수입물량이 부족해 대기고객들이 많게는 2~3개월간 기다리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벤츠 E300(6880만원)은 K9이 출시된 4개월 판매량이 이전 4개월보다 더 많다. E300은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2046대를 판매, 지난 1~4월 판매량(1482대)보다 500대이상 늘었다. E300을 포함한 E클래스 전체 판매량은 지난 5~8월 3500여대를 기록했다.
아우디 'A6' 중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A6 3.0TDi'(6780만원)의 경우에도 1~4월 판매량은 810대에 그쳤지만 5월부터 8월까진 1073대로 200대이상 증가했다. A6 모델 전체로는 지난 5~8월 2300여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아차도 K9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대책수립에 한창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선호사양을 기본화한 프레스티지 스페셜 트림을 새롭게 추가하고, 재고분에 대해선 시승차나 전시차가 아님에도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내걸고 있다. 얼마 전엔 일부 K9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고객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내수침체 영향도 있겠지만, 독일차들이 이전보다 연비가 좋은 디젤 라인업을 대폭 늘리고 상품성을 보강하면서도 가격은 경쟁적인 할인 프로모션으로 낮추는 분위기라 K9의 신차효과가 잘 부각되지 않고 있다"며 "연말 에쿠스 변경모델도 출시되면 제네시스에 이어 현대기아차 내에서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효과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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