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회장님의 감옥살이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2.09.10 06:17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식사도 그룹 내부의 경영진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설렁탕집을 자주 찾았다. 미술을 무척 좋아했고, 헬스와 트레킹 산책 등 운동도 즐겼다.

2004년 회장 취임 이래 손해보험사 인수, 케이블TV 사업의 성공적 진출 등으로 사세를 확장시켰지만 2010년 10월 ‘태광그룹 사태’가 시작되면서 그는 추락했다.

검찰 압수수색 후 3개월 뒤 그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구속은 단지 불행의 시작이었다. B형간염을 앓아왔던 그는 구속 수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달 조짐을 보였고, 정밀검진 결과 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2센티미터가 넘는 혹이 2개나 발견됐다. 9시간이 넘는 대수술로 40%의 간을 잘라냈다.

간암수술을 받고나서 3주일 뒤 그는 다시 법정에 선다. 건강상태를 감안해 반나절씩 재판을 하자고 했지만 법원은 꾀병부리지 말라며 거부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밤 8시가 돼서야 끝났다. 간의 40%를 떼어낸 중환자에게 10시간 재판은 무리였다. 이 회장은 어깨근육이 파열되고 말았다. 지금 그는 물리치료도 받고 있다.

간암 3기 환자는 재발률이 높아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 회장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가능하게 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국에 가서 간 이식 사전 적합성 검사를 받고 왔다.

그는 과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경영자로서 재기할 수 있을까. 의학적으로 이 회장 정도의 간암환자일 경우 5년 이상 생존율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재계순위 40위권의 태광그룹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난달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직 그룹 임직원들 면회는 못하고 있다. 가족들과 변호사만 만나고 있다. 심경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정신적으로 그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들을 때린 폭력배를 찾아내 혼찌검을 낼 정도의 혈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승연 회장은 역설적이게도 2007년 폭행사건을 기점으로 기운이 크게 쇠잔하고 말았다. 재계에서는 당시 김 회장이 주먹질이나 하는 파렴치범으로 비난을 받았던 게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김 회장은 4개월의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수면제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텼다. 출옥 후 그는 3개월 이상 절대안정과 요양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휴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폭행사건 이후 김 회장은 몸에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몸이 부대껴 견디기 힘들어했다. 지난 5월 사상 최대인 80억 달러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수주를 위해 이라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에는 며칠동안 몸져누워야 했다.

항소심이 6개월 시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김회장은 내년 2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한다. 그는 우선 일차로 6개월을 견뎌낼 수 있을까. 전망은 비관적이다. 그가 버틸 수 있는 시한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2개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머지않아 휠체어를 탄 지치고 병든 김승연 회장의 모습을 다시 볼 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김승연 회장은 팔자가 참 세다. 하긴 김 회장뿐이겠는가. 한국에서 기업 총수는 때로 자기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매우 고단한 처지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민주화라는 광풍이 불 때면 말이다. 기업인들에겐 공포의 시대다. 누구든 걸리면 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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