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애플이 삼성을 버렸다? 사실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2.09.07 12:18

애플, AP SSD 여전히 삼성 의존… 낸드플래시 삼성이 '갑', 저가 납품거부

오는 12일 애플의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애플이 자사의 제품에서 삼성의 부품을 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일까?

업계 및 증권가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스토리의 '전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삼성과의 특허소송에서 앙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을 버리고 가기는 힘든 구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는 대략의 스토리는 이렇다. 소송 앙금이 쌓인 애플이 원가이하의 낸드플래시 단가협상을 했고, 당연히 머리 숙이고 들어올 줄 알았던 삼성은 이를 거부한 반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여기에 응했다는 것.

그 결과는 각사의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나고 있고,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7월 기업설명회(IR)에서 에둘러 이같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다시 말해 애플이 삼성 부품을 주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애플이 요구한 '터무니없는' 가격에는 납품할 수 없다고 해 아이폰5에 일부 부품이 공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애플 아이폰5의 초기생산물량에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와 모바일D램이 탑재되지 않는 결론은 같지만, 얘기의 축은 완전히 다르다.

'버렸느냐, 버려졌느냐'의 차이는 누가 시장의 주도권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갑'과 '을'은 정해져 있지만 반드시 '을'이 자기의 이익까지 버리며 '갑'에게 매달리지 않는다며, 이는 주도권이 갑보다는 을에 있다는 것.

삼성만의 경쟁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낸드플래시는 애플이 여전히 삼성에 의존하고 있고, 공급 '거부권'은 삼성이 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손해 보며 애플에 주는 기업들

지난 7월26일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기업설명회에서 "특정 핵심고객에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을 받고 있다. 메모리 공급업체에 충분한 투자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적정이윤을 주지 못하면 그들의 제품도 팔 수 없기 때문에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고객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말로 하면 '애플이 낸드플래시 단가를 후려져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낸드플래시 공급이 어렵다'는 암묵적 시위의 성격이다.

권 사장은 ""특정 고객이 부당한 산업 예측으로 가격을 하락시켜 이익을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경제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고객사의 예측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선의의 조정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하면 애플이 의도적으로 시장을 부풀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을 부추긴 게 아니라, 애플이 시장 예측을 잘못해 재고가 쌓였고,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는 얘기다. 그 속에는 '부당한 산업 예측'의 의도도 읽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도시바나 하이닉스는 애플의 사전 예측으로 인해 생산해놓은 재고 물량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고 낮은 가격에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반면, 삼성 메모리사업부는 애플의 약 2배인 무선사업부의 안정적 물량과 제3의 기업들의 대기 수요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은 없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870만대(시장 점유율 32.3%)를 팔아 2600만대(17.2%)를 판 애플을 크게 앞질렀다. 삼성 반도체가 애플이 없어서 수익성을 갖추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60센트의 딜..애플의 단가압력에 신음하는 업체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현재 낸드플래시의 제조원가는 기가바이트(1GB)당 60센트 정도다"며 "이 이상이면 흑자, 이하면 적자인데 애플은 아이폰5의 부품 공급협상에서 60센트 이하로 불렀고 SK하이닉스나 도시바는 재고물량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의 기업설명회에서의 지적에도 잘 나타나 있다.

원가 줄이기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추구하는 애플 새 CEO인 팀쿡식(式) 원가 쥐어짜기 전략이 일정부분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업계의 실적만 봐도 애플의 '단가 후려치기'의 결과가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업계 중 유일한 흑자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의 '영업이익률 12.9%, 하이닉스 1%, 도시바 낸드는 적자였다. 하이닉스는 전체 1%의 영업이익률 가운데, D램이 4% 가량의 흑자를 냈고, 낸드플래시는 적자가 7% 정도였던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특히 애플에 공급하는 낸드플래시의 영업손실률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도 마찬가지다.

모바일D램도 마찬가지다. 파산에 직면한 엘피다가 애플에 마지막 손길을 뻗었고, 매우 싼 가격에 공급키로 하면서 애플은 이를 무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가이하의 요구를 수용한 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오는 3분기와 4분기의 실적이 이를 보여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7월 24일 이례적으로 감산을 알린 도시바 홈페이지.
◇애플 물량 많은데, 도시바는 왜 30% 감산 선언했나=

지난 7월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물량의 30%를 감산할 것이라고 자사의 홈페이지에 크게 공지했다. 삼성전자의 물량이 도시바 등으로 넘어갔다면 당연히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와는 반대방향의 정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재미있는 해석을 내놨다. 애플의 가격인하 압력에 대한 도시바의 '반항'이자 '무력시위'라는 것.

낸드플래시 가격인상을 요구했던 도시바가 애플과의 협상이 깨지자, 물량을 줄이겠다는 압력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낸드플래시의 최대 고객은 애플이 아닌 삼성전자 휴대폰으로 바뀐 상황에서 애플에만 목을 매고 있는 업체들의 설움이기도 하다.

문제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라갈 때 애플의 대응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수요와 공급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가격 상승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6일 미국 증시에서는 낸드플래시 수급 균형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사진출처: 나인투파이브맥(9To5Mac). 1440mAh 아이폰5 배터리로 추정되는 사진. 오른쪽 사진에는 삼성SDI에서 생산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SDI 배터리, 삼성전기 MLCC 영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뿐만 아니라 삼성SDI의 배터리도 애플의 아이폰5 공급에서 제외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아이폰5에 들어가는 삼성SDI 배터리 사진이 유출되면서 애플이 삼성SDI를 배제했다는 설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에는 지난 6월 제조한 아이폰5용으로 생산하고 있는 1440mAh의 배터리 사진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중국어로 공장 '韓國三星SDI株式會社', 'Assembled in China', 'Importer Apple'이라고 새겨져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전이 가열되고 있는 와중에도 삼성SDI가 애플 아이폰5에 여전히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기의 MLCC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듯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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