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보쉬 왜 결별? '홀로서기'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오동희 기자, 이창명 기자 | 2012.09.05 19:07

(종합)5700만달러에 지분 전량 인수… 기술이전 눈높이 '결정타'

삼성SDI가 독일 보쉬(Bosch)와 결별하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홀로서기'에 나선다. 하지만 보쉬가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데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결별 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SDI는 5일 독일 보쉬와 50대50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SB리모티브의 지분을 전량을 5700만 달러(약 64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보쉬가 보유한 SB리모티브 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대신 보쉬는 SB리모티브의 자회사인 독일법인(SBLD)과 미국 코바시스(Cobasys)의 지분 전체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와 보쉬는 합작 4년 만에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삼성-보쉬 결별 왜?=보쉬가 선박용 리튬이온배터리(LIB) 사업에 독자 진출한 것이 이번 결별의 도화선이 됐다. 삼성SDI 역시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보쉬의 선박용LIB 사업 진출로 촉발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양사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합작법인에 대한 사업구조 개편을 협의하고 우호적인 관계 하에서 합작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사업 과정에서 기술이전에 대한 부분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삼성SDI는 보쉬가 보유한 기술을 좀 더 배우길 원했고 보쉬 역시 삼성SDI의 셀 제조 기술을 이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의 카드를 공개하길 꺼리면서 사이가 벌어졌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자동차업계의 흐름도 한 원인이 됐다. 초기에는 자동차업체들이 완성된 팩 형태의 배터리 공급을 원했지만 지금은 셀 형태를 원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을 직접 제조하려면 상당한 시설투자와 기간이 걸리지만 팩킹 기술은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며 "원가절감을 위해서라도 자동차업체들이 팩킹 기술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디자인을 자동차업계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패킹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상당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없다면 자동차 디자인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설사 원하는 형태의 배터리를 공급받더라도 주도권을 배터리업체에 넘겨주게 되고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삼성SDI 향후 진로는?=삼성SDI는 이미 4년간 충분한 노하우를 습득한 만큼 이번 결별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팩 개발 역량을 상당부분 확보했고 전세계 주요 자동차업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독자 수주와 상품기획을 위한 영업·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지분 인수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더욱 스피드 있는 경영을 펼쳐 나갈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타격을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금까지 SB리모티브의 수주는 삼성SDI보다는 보쉬 브랜드에 대한 믿음 더 강했기 때문. 보쉬는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데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막강하다.

결국 지난 4년간 삼성SDI가 자동차업계에 얼마나 믿음을 심어줬고 노하우를 쌓았느냐에 따라 후폭풍의 크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SB리모티브를 합병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자회사 형태로 둘 필요가 크게 없는 상황인데다 삼성SDI가 갖고 있는 '2차 전지 세계 1위' 프리미엄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합병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삼성SDI와 보쉬는 이미 수주가 끝난 계약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구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셀을 공급하고 보쉬가 팩 형태로 묶어서 납품하는 형태다. SB리모티브가 보유한 특허 역시 함께 사용키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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