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근력의 시대' 아닌 '염력의 시대'

머니투데이 전병서 경희대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 2012.09.04 06:01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소비자가 최고의 재판관이다. 자신 있으면 갤럭시를 미국에서는 안 판다고 해보라. 미국소비자가 난리 치면 그게 진짜 경쟁력이다.

2등은 빠른 추격으로 1등을 따라 잡을 수 있지만 1등이 되면 더 이상 모방으로는 안 된다. 1등은 독창성이지 모방은 없다. 지금 삼성과 애플의 전쟁은 진정한 1등의 싸움이다.

한국 삼성은 세계 IT업계에서 등용문을 넘은 물고기다. 그러나 등용문을 넘는 점프실력으로 만으로 용이 되기에는 2%가 부족하다. 여전히 물고기의 꼬리와 지느러미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용으로 비상하려면 등용문으로 튀어 오르는 날 하늘의 번개를 온몸으로 맞아 그 무서운 충격에 몸을 떨어야 비로소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꼬리가 떨어지고 미끈하고 찬란한 용의 비늘이 돋는다. 번개에 목숨을 내 맡긴 담대함과 살이 타는 아픔이 있어야만 진정한 용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삼성이 당했지만 애플과의 특허전쟁은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미국의 안방 텃세를 탓할 여유가 없다. 스마트 폰 전쟁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돈을 누가 뺏어가는 가의 “쩐(錢)의 전쟁”이다.

돈과 권력은 결코 나누어 쓸 수 없다. 복종하던지 복종시키던지 둘 중 하나다. 피를 본 상어는 상대가 죽을 때까지 따라붙는다. 피를 본 사과를 이마에 그린 '애플 상어'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지금의 시대는 팔뚝과 근육(筋肉)의 시대가 아니고 손가락과 감촉의 시대다. 산업혁명은 근육혁명이었지만 디지털 혁명은 손가락 혁명이다. 그런데 이젠 스마트(Smart)혁명의 시대가 왔다. S혁명의 시대는 염력(念力), 상상력의 시대다.

세계시장을 놀라게 한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디자인의 심플함과 여러 기술을 아우르는 감성의 통합기술은 모두 스티브잡스의 인생의 멘토였던 동양의 승려가 가르친 동양 불교의 힘이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좋은 IT토양에 '동양의 염력'이 스티브 잡스라는 기괴한 천재를 만나 싹을 티우고 꽃을 피운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의 길이와 스피드에서 승부를 걸던 시대는 갔다. 삼성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치는 애플은 단 한대의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지 않는다.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근로자들이 연쇄 자살한 중국의 팍스콘이란 회사가 만들어 준다. 아이폰은 100% 메이드 인 차이나이고 제품의 컨셉과 디자인만이 미국이다.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돈 버는 모델을 애플이 보여주었다.

생산효율과 신제품 라인업에 목숨 거는 근육형기업 삼성의 매출액은 아이디어형기업 애플보다 20%나 많지만 이익은 절반에 그치고 시가총액은 1/3수준이다. 스마트 폰 판매대수로 보면 애플은 삼성의 절반 밖에는 안되지만 전 세계 핸드폰회사의 영업이익 71%를 가져가고 삼성은 26%를 겨우 가져간다. 근력과 염력의 싸움의 결론이 바로 이렇다.

이젠 팔뚝과 근육의 시대가 갔고, 손가락과 감촉의 시대도 스티브 잡스의 사망과 함께 떠나갔다. 오감과 상상력, 염력이 가진 창의성이 생존의 화두인 시대가 왔다. 상상력에는 학벌도, 집안배경도, 나이도, 성별도 없다. 유리천장이 애초부터 없다. 물만 주면 하늘 끝까지도 가는 '잭의 콩나무'처럼 무한대의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시대다.

지금 한국의 옆집 중국이 미국에 이은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없는 모델을 만들면 대박이다. 성형이나 미용은 유행이고 패션이기 때문에 오래 못 간다. 대신 IT와 건강산업은 잘 만들면 롱런이다. IT강국 한국이 가야 할 길은 IT와 바이오가 합쳐진 의료공학, 유비쿼터스 헬스(U-Health)산업이다.

한국이 할 일은 중국의 10억 명 핸드폰 가입자를 겨냥하고 13억 인구의 노년을 위한 IT와 바이오를 기반으로 한 기괴한 상상력의 천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예전에 중국에 '대인(大人)'이라고 극존칭을 써가며 살아남기 위해 아부했던 아픈 기억을 가진 한국이 13억 중국인들에게 영원히 '선생님'이란 소리 들으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업을 잘 육성하려면 혁신의 대가 슘페터와 정부주도 경제를 주장한 케인즈를 사부로 잘 모셔야 한다. 이런 산업은 창의를 통한 혁신이 있어야 하고 정부가 화끈하게,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로 지원해야 성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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