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삼 교수 "학생들 게으르고 여유로운 학교 만들 것"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2.08.29 13:57

건국대 오성삼 교수, 9월 인천 송도고등학교 교장 취임

"여유롭고 게으른 것들이 텃밭이 되지 않으면 결코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없어요. 발명의 대가들을 보면 충분히 사색하고 공상 하다가 발명품을 만들어냈죠. 게으른 게 창의적인 인재들의 특징이에요"

학생들이 때로는 '게을렀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이 있다. 공부시간을 줄여 놀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이런 선생님이 9월 인천 송도고등학교에 교장선생님이 된다. 31일 퇴임을 앞둔 오성삼(65)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다.

오 교수는 2004년 건국대 부속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2년여간 자신의 교육철학을 펼쳐보였다. 7년 만에 만난 제자들은 "선생님 저 고등학교 때 정말 행복 했어요"라고 했다.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송도고교는 평준화학교인데 대학 진학률이 좋은 것 보다는 '진짜 학교다운 학교가 나왔다'라는 이야기 들을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참신하다고 감동받는데 슬픈 일이죠. 학교가 얼마나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오염됐으면 당연한 걸 보고 감동 받겠어요"

건대부고 교장 시절 아이들에게 점심시간 '90분'을 보장해줬다. 30분 밥을 먹고 나면 나머지 1시간 동안 사색을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자유. 일부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시킨다는데 이러다 우리 아이들 대학 못가면 어떻게 하나 우려했다.

오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교육부부터 일선 학교까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창의'와 '인성'이예요. 그러면서 오랫동안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놓는 게 경쟁력이라는 풍조를 갖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휴식시간을 주니 성적이 좋아지고 대학 진학률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교육학에도 적당한 시점에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능률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이론적 배경이 있어요"

오 교수는 송도고교에서는 더 파격적으로 '게으른 시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간고사를 수요일에 끝나도록 조정해 '목금토일' 연 4일을 황금연휴로 쉬게 하겠단다. 또 1학년 학생들부터 담임선생님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오후3시 '티타임'도 만들 생각이다.


그는 스스로 '성적 하위 25%만의 담임선생님'이라는 특별 업무도 부과했다.

"사실 제가 초중고 시절 성적 하위 25%에 해당됐던 사람이에요. 대학갈 때도 미달된 학과를 고르고 골라서 들어갔어요.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 장학금도 받고 교육대학 원장도 했잖아요. 아이들에게 '봐라, 내가 그랬어도 오늘날 이렇게 되지 않았느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넘버원보다 온리원. 오 교수는 공부 잘하는 것만큼 어느 분야에서든 독보적인 사람, 유일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 시들었어도 뿌리는 마르지 않았어요. 물을 주고 손길을 주면 꽃을 피울 수 있어요. 성적이 떨어진다고 낙오하지 않아요. 제가 겪었잖아요. 어른들이 기대하지 않고 주목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패배자라고 스스로 낙인찍는 거예요. 꿈을 자극하고 가꿔줄 겁니다"

그는 '내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아이가 학교를 갈 때쯤엔 모든 학교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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