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신도시' 내세운 광교, '누더기 신도시'될라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12.08.25 08:27

[부동산'후']광교신도시, 동탄2 공급·인프라미비·전매제한 '삼중고'


- 행정도시→친환경도시→자족도시…
- 개발 밑그림만 15차례 이상 뒤집혀
- 도청이전보류등 인프라계획 안갯속
- 주민 잇단소송 '깡통분양권'도 속출


 2007년 9월18일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서울호텔.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물론 건설사 관계자와 투자자 등 수백여명이 몰려들었다. 구체화된 광교신도시의 청사진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광교특별계획구역'이란 제목으로 사업설명회를 발표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광교신도시를 세계적인 명품신도시로 만들겠다"며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신도시를 갖추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나 일본의 '롯폰기힐스'와 같은 초고층빌딩 복합단지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에 청약 예정자들의 꿈도 부풀었다. '판교 아래 광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교신도시 아파트에 당첨되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실제 2008년 10월 금융위기가 닥쳤음에도 광교신도시 첫 분양단지인 울트라건설의 '참누리아파트' 청약경쟁률은 최고 133.3대1, 평균 14.2대1을 기록할 정도였다.

 5년여가 지난 지금, 광교신도시는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전체 3만1000여가구 중 올 연말까지 절반에 가까운 1만3000여가구의 입주가 완료되지만 신도시 내 주요 핵심 인프라시설로 계획됐던 도청, 컨벤션, 초고층빌딩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될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확정된 인프라시설은 지하철뿐이다. 서울 강남에서 판교를 잇는 신분당선이 광교신도시까지 이어지는 연장선이 우여곡절 끝에 확정되면서 한때 분양권 웃돈이 수천만원 붙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일부 단지는 시세가 분양가 이하에 형성돼 있다.

 미비한 기반시설과 당초 도시계획이 수차례 번복되면서 입주민 및 입주예정자들의 민원도 폭주, 소송전까지 치닫고 있다. 명품신도시에 걸맞은 면모를 갖출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탐욕'이 불러온 누더기 도시계획
 그광교신도시 개발계획은 당초 경기도 행정도시로 출발했다. 2004년 6월30일 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경기첨단 행정신도시 건설을 위한 수원 이의지구'라는 명칭이었다. 2005년 12월 말 확정된 개발계획에선 수도권 신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인구밀도와 가장 높은 녹지율을 자랑하는 저밀도·친환경 신도시로 발표됐다.

 면적 1127만8000여㎡에 2만4000가구, 6만명을 수용하는 신도시로 판교나 동탄 등 2기신도시에 비해서도 인구밀도가 낮은 신도시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광교신도시의 밑그림은 이후 15차례 이상 바뀌었다. 2007년 6월 실시계획 승인 단계에선 가구수와 인구가 기존보다 30% 늘었다. 여기에 '특별계획구역'이란 이름으로 공모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 등을 포함해 11개 특화단지를 조성, 명품신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교신도시가 당초 저밀도·친환경 신도시에서 두바이와 같은 마천루 신도시로 개발계획이 대폭 바뀌게 된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최정점에 달한 활황기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지자체의 과욕이 앞서면서 결국 불황기인 지금,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자체가 '명품신도시'란 명분을 내세워 실현하기 어려운 개발계획을 무분별하게 남발했다"면서 "여기에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부동산안정화대책도 한몫하면서 광교신도시는 그야말로 '누더기 신도시'가 됐다"고 꼬집었다.


◇자족 인프라시설 표류, 공모형 PF사업 중단…민원과 소송 '난무'
 경기도는 광교신도시를 복합자족도시로 표명하면서 330만㎡ 부지에 11개 특별계획구역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청 이전부지인 행정타운을 비롯해 △비즈니스파크(글로벌 기업단지) △파워센터(복합상업 및 문화공간) △에듀타운(주거와 교육단지 조성) △웨빙카운티(친환경주거단지) △어뮤즈파크(여가·레저·문화공간) △법조타운 등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특별계획구역은 부동산시장의 침체 장기화로 개발계획이 중간에 변경되거나 이마저 줄줄이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행정타운'은 경기도청 이전 여부가 오락가락하면서 불투명해졌고 초고층빌딩을 세우겠다던 '비즈니스파크'는 공모형 PF 유치가 실패하면서 분할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규모 복합업무·상업단지인 '파워센터'는 2009년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사업분담을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법조타운 역시 부지공급가격 문제로 언제 착공될지 안갯속이다. 자족도시의 기반이 되는 도시지원시설은 개발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축소돼 2005년 택지개발계획 승인 당시 51만3019㎡였던 부지규모가 38만9189㎡로 줄었다.

 이 때문에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의 불만은 민원이 폭주하면서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2008년 택지개발계획에 반영된 복합컨벤션단지 역시 용지공급 방식을 두고 국토해양부와 경기도 및 수원시 간의 갈등으로 법정공방에 들어가면서 5년째 표류중이다.

 광교산 자락에 들어서기로 했던 대규모 친환경 한옥마을도 2008년 말 계획에서 사라졌으며 '웰빙카운티'도 고속도로 소음과 송전철탑 철거 문제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특히 도청 이전 보류 문제로 현재 입주민들의 고소와 시위가 이어지는 등 광교신도시는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함께 '깡통분양권' 속출
 광교신도시에는 8월 현재 9000여가구가 입주했으며 올 연말까지 3700여가구의 입주가 완료된다. 광교신도시 역시 부동산경기 침체의 늪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도청 이전 등 도시계획 일정이 차질을 빚는 악재가 겹치면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입주하는 '광교힐스테이트' 112㎡의 경우 프리미엄이 4000만~9000만원이다. 지난해 최고 1억7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데 비해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졌지만 매수세는 실종됐다.

 '한양수자인'은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사실상 '깡통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입주한 '울트라참누리'(1188가구) 112㎡의 경우 현 시세가 4억7000만~5억1000만원으로 분양가(4억2000만원)보다 5000만~9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긴 하지만 역시 매수세가 없다.

 광교신도시 내 K공인 관계자는 "전매제한 물량이 풀린 데다 동탄2신도시의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초반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수세는 자취를 감춘 상태"라면서 "집을 처분한 후 이사하려고 했다가 팔리지 않아 잔금 납부에 차질이 생기는 등 사정이 급한 사람이 많아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교신도시 미래는…
 광교신도시가 '명품'으로서 면모를 갖추려면 정부, 지자체, 사업시행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자금과 이익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개발계획이 계속 변경되면서 인프라기반시설의 완공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각종 민원과 분쟁이 빈발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광교신도시의 가장 큰 장점이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이는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될 수 없을 뿐더러 '오명의 신도시'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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