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의 어려움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 2012.08.17 10:31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13>

"가까운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우리의 물질적 행복과 판단력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 경제사가인 찰스 킨들버거의 냉정한 지적인데 과거 주식시장이 붐을 탔을 때를 떠올려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가능성이 주위에 충만해 있는데도 그걸 그냥 두고 지나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자신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고, 또 그 능력을 발휘할 무대가 눈앞에 있다면 그저 보고만 지나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름 대박을 기대하며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니컬러스 탈렙은 이렇게 말한다. "고수익을 안겨주는 투자란 기차 선로를 베고 자는 낮잠과 같아서 언제 갑자기 달려온 기차가 머리 위로 지나갈지 모른다."

주식시장에는 두 가지 기본법칙이 있다. 첫째,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손실 위험이 없는 주식 투자는 지옥이 없는 기독교나 마찬가지"라는 월스트리트 격언도 있지 않은가. 둘째, 장기적으로 꾸준한 초과 수익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의 수학자 루이 바슐리에는 1900년에 발표한 논문 '투기의 이론'에서 "투기자의 수학적 기대치는 0"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시장을 정확히 예측한다면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환상이다. 누구도 시장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에는 두 부류가 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는 투자자, 그리고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투자자.

그러면 물을 것이다. 워런 버핏은? 물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을 무시하면 안된다. 생존자 편향이란 최고 결과만 남고 실패는 기록에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승자는 보지만 그 과정이나 패자는 보지 못한다. 그럴수록 리스크에 눈이 멀게 되고, 주식 투자를 쉽게 여기며 가볍게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는 정말 어렵다. 월스트리트의 마법사(wizard)로 불린 제럴드 로브는 그의 저서 '목숨을 걸고 투자하라'를 이렇게 시작한다. "월스트리트에서 꾸준히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이렇게 배우기 어려운 것도 없다." 로브는 그러면서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전경험과 지식은 물론 천부적인 재능과 육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뒤 정계에 진출해 우드로 윌슨부터 존 F 케네디까지 8명의 대통령 경제자문역으로 활동한 버나드 바루크의 말은 더욱 단호하다.

"일단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준비가 됐다면 시장과 주요 기업의 역사와 그 배경을 하나부터 끝까지 공부해야 한다. 의대생이 해부학 공부를 하듯 철저히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일류 도박사의 냉정한 감각과 먼 앞날까지 내다볼 수 있는 육감, 사자와 같은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희미한 안개처럼 기회라는 게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지식을 쌓고, 천부적인 육감과 인내, 용기까지 갖췄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주식시장은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명지휘자(maestro)로 통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처음 지적한 것이 1996년 12월이었는데 알다시피 주식시장의 광기는 그후 3년이나 더 이어졌다.

투자성과가 좋았던 몇 안 되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일찌감치 이렇게 간파했다. "주식시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다가는 당신이 먼저 거덜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은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과거와 현재의 가격으로 미래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법칙의 실패가 아니라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이 역동적이고 순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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