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 4분 뛰고 '군면제'… 홍명보의 의리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우종 기자 | 2012.08.11 07:44
김기희가 후반 44분에 교체 투입되는 순간,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다. ⓒOSEN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박주영의 선제골과 캡틴 구자철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뒀다.

일본과의 3,4위전을 앞둔 홍명보호에는 딜레마가 있었다. 바로 김기희(23,대구)선수 때문이었다.

병역법 시행령 제 47조의 2(예술-체육요원의 공익근무요원 추천 등) 1항 4호에 따르면 올림픽 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단체경기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하거나 아시안 게임에서 1위로 입상한 경우,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 이외의 병역은 면제된다.

이에 따라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올림픽 선수들 중 유일하게 김기희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 이전까지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 1초라도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 무딘 백업멤버 김기희를 단지, 병역 혜택을 위해 선발로 투입할 수는 없었다. 또 경기 상황이 무승부로 팽팽하거나 연장까지 갈 경우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병역 혜택을 위해 김기희를 교체 투입했다가 경기 결과가 잘못될 경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동고동락한 18명 '팀'의 일원인 김기희를 배제할 수도 없었다. 딜레마였다.

그러나 너무나 절묘하게도 최상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기 막판까지 일본을 상대로 2-0의 여유있는 리드를 잡으며 김기희를 마음 편하게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후반 44분 김기희는 홍명보 감독의 지시를 받으며 구자철과 교체됐다. 홍명보 감독은 '병역 혜택'이라는 큰 선물을 18명 선수 모두에게 챙겨주는 '의리'를 보여줬다.

결국 경기가 끝났다. 김기희도 웃고 모두가 웃었다. 동메달을 목에 건 태극전사 18명 모두는 '병역 혜택'과 함께 1명의 낙오자 없이 다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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