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에 취업한 기상학도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 2012.08.15 11:36

[머니위크 커버]날씨도 돈이 된다/ CJ제일제당이 뽑은 '기상' 전공자

지난 2010년 12월 CJ제일제당에 입사한 김석규씨. 소재사업부 곡물전략실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그의 현재 소속은 바이오사업부.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식품이나 바이오사업의 원재료인 원당(설탕의 원재료), 대두 등을 구매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의 전공이 특이하다. 그는 기상학과 출신이다. 도대체 식품회사에서 기상 전공자를 채용한 이유가 뭘까.

"원당, 대두, 수수 같은 농작물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에요. 가격을 결정을 짓는데는 생산량이 중요하죠. 그 생산량에 날씨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4∼11월은 날씨뉴스에 따라 곡물의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곡물을 수입할 때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죠."

사실 그는 식품회사에 지원할 때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상학을 전공한 선배들 중 산업체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에너지업체에서 일하는 선배로부터 기상을 실질적으로 응용하는 직업에 흥미를 느꼈어요. 식품이나 에너지는 원재료가 비슷한 만큼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었죠. 제 입장에서는 입사지원 자체가 모험이나 다름없었는데 때마침 회사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거죠."

다행히 회사는 그가 전공을 살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기상정보를 활용해 농산물의 장기적인 구매전략을 세우거나 구매상품의 가격 폭이 어떻게 변동할 것인지 등을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기상을 전공하긴 했지만 졸업 후 바로 입사한 만큼 아직 전문가 수준은 아니죠. 아무리 전문가라도 기상정보를 예측한다는 건 위험한 얘기고요. 다만 기상과 관련한 해외 리포트를 볼 때 제 지식을 활용해 얼마나 제대로 된 얘기를 하고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건 가능하잖아요.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연구하는 거죠."


입사 초창기에는 팀원들에게만 날씨정보를 공유했다는 그는 최근에는 월 단위로 날씨관련 정보를 회사에 보고하는 등 역할 또한 커지고 있다. 그만큼 회사 내에서도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국내 산업체에 근무하는 기상 전공자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이는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인 만큼 한계를 느낄 때가 많지만 산업과 기상의 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부할 때만 해도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라는 고민이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써먹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고맙게도 회사에서 그럴 기회를 줬으니 힘들지만 관련분야 연구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아서 제 능력을 키우고 싶어요. 그래야 후배들이 산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열릴 테고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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