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아파트 집들이 "한달 이자만..." 울더니, 지금은?

머니투데이 고양(경기)=전병윤 기자 | 2012.08.12 12:49

[부동산'後'] 우울했던 '식사지구' 싼값에 전세 찾는 세입자도 늘며 '활기'

↑고양시 일산식사지구 내 아파트 전경.
 #대기업 부장인 장원진씨(가명)는 지난해 회사 직원들을 불러 '우울한' 집들이를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식사지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2008년 분양받아 입주한 기념이었다.

 그런데 장 부장의 속은 착잡했다. 몇 개월 살아보지도 못한 집을 처분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용면적 162㎡의 아파트 분양가는 8억7000만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 아파트는 무더기 계약 취소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장 부장도 한 달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이자를 감당하기 버거워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날 집들이는 남의 집 되기 전에 기분이라도 한번 내보려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여의도 증권회사에 다니는 안모 과장은 되레 다음달 일산 식사지구로 이삿짐을 쌀 계획이다. 지금 살고 있는 화곡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식사지구 내 '자이위시티'에 전세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그는 GS건설에서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의 20%만 내고 3년 살아본 후 분양받을지를 결정하도록 한 '애프터리빙'을 신청했다. 자칭 '하우스푸어'인 안 과장은 화곡동 아파트를 대출 3억원을 끼고 4억8000만원 주고 샀다. 대출 원리금 부담이 워낙 커 차라리 싼 값에 나온 미분양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것.

 ◇'꼭지'에 들어가 낭패=일산 식사지구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사례다. 식사지구는 7233가구가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2008년 말 분양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IB(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던 때다. 그래도 부동산경기의 잔열이 남아 있던 터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청약자가 적지 않았다.

↑고양시 일산식사지구 내 아파트 전경.

 당시 분양 대행업체 대표는 "식사지구 분양시점을 돌이켜보면 그때가 딱 꼭지였다"며 "브랜드 단지들이 대규모로 들어선다는 점과 입지적 장점도 매력적이었는데 시기가 워낙 안좋았고 더구나 대형면적의 아파트로 구성됐다는 게 경기침체 이후 가격 낙폭이 커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식사지구 내 아파트 1003가구가 계약을 일괄 취소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기존 계약자가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지연하면서 금융권에서 대위변제 요구가 들어오면서 무더기 계약 취소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이동식중개업소인 일명 '떴다방'을 한 S씨는 식사지구 내 아파트 4~5채를 분양받았다가 지금까지 낭패를 보고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렸지만 주택시장의 침체로 매수자가 없어 그대로 떠안고 있다.

 그는 "중대형 아파트라 주택경기가 꺾이면서 매수세 자체가 실종됐고 평균 10% 이상 집값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나머지는 전세로 돌리고 대출이자만 물고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도 분양가격 이상을 회복하기가 어려워 암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보면 대출 부담을 이기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분양 쌓이니 역전세 수요 몰려=주변 지역에 일시적으로 공급물량이 집중된 점은 불황의 늪을 더욱 깊게 한다. 일산의 3.3㎡당 아파트 분양가(부동산114 기준)는 2007년 3월 1379만원, 2009년 3월 1214만원, 2011년 3월 1142만원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 6월 말 1079만원까지 내려갔다.

 일부 단지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만원 이하로 내려간 곳도 생겼다. 인근 S공인중개 관계자는 "타 지역에 비해 일산의 주택시장이 더 고전하는 원인은 근처 원당을 비롯해 고양시 삼송지구, 파주 운정지구뿐 아니라 같은 생활권이라 볼 수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에서도 아파트 공급량이 한꺼번에 몰려 미분양을 쌓아놓았기 때문"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맞춰 인·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결과 하우스푸어만 더욱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건설사들도 미분양을 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GS건설은 입주자가 집값의 20%만 내고 나머지 60%를 대출해주는 대신 3년 뒤 분양 선택권을 주는 '애프터리빙'을 실시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식사지구 내 아파트 상가.

 분양 여부에 대해선 입주 후 2년 뒤에 확정해야 한다. 8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1억7000만원 전세로 최대 3년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집을 분양받지 않으면 수리비와 인테리어비용을 1500만~2000만원가량 내야 된다. 계약자들은 3년 후 분양가 할인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처음 분양을 시작한 지 4년이 가까워오고 여기에 3년이 지난 뒤면 7년 전 분양가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애프터리빙제를 선택한 안 과장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단지와 아파트 내부는 주거환경으로 매우 좋지만 분양가격이 부담"이라며 "일단 3년 전세로 살고 분양가 할인폭을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식사지구에 전세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대출 부담에 눌려 아파트를 정리하고 떠나거나 경매로 넘기는 주인들과 이런 틈새로 싼 값에 전세로 들어오려는 세입자들이 엇갈리는 것이다.
 S공인 관계자는 "중대형 위주여서 전세 수요자들이 한정돼 있지만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업체들의 마케팅으로 점점 활기를 찾고 있다"며 "다만 일반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대출 규모나 선순위 채권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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