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안철수, 박근혜, 김연아…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2012.08.04 10:01

[노엘라의 초콜릿박스]침묵의 미덕이 필요하다

최근 한 모임에서 요즘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 망설이다 내가 대답한 곡은 '4분 33초'였다. 나의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설마 그 '4분 33초'? 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다. 바로 그 '4분 33초'말이다.

이 곡은 연주자가 무대에 등장해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곡이다. 아무런 멜로디도 어떤 리듬도 존재하지 않는다. 연주자가 무대에 가만히 있는 동안 관객들은 공연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주변의 소리를 듣게 된다.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존 케이지의 곡이다.

음악을 감상할 때 일반인들은 우뇌로 듣고 전공자는 좌뇌로 듣는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전공자인지라 음악을 들을 때면 '왜 여기는 이런 식으로 곡을 썼을까?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 하는 것일까?' 등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곡과 연주를 분석하곤 한다. 또 온갖 테크닉과 기교가 난무하는 요즘 세대의 음악들은 음악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곤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부터 나는 더 이상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게 됐다.

존 케이지는 일찍이 이런 경험을 했는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음악'을 들을 때면 마치 누군가가 그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나에게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략) 나에게 얘깃거리를 들려주는 음악은 필요하지 않다."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음악에 지친 것인지 그는 '4분 33초'의 악보에 음표대신 이렇게 적었다. 'TACET'(타셋). 음악 용어로 침묵, 혹은 휴식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침묵이 만드는 이 음악은 여느 곡들처럼 매번 같은 음악, 같은 내용을 우리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음악이 되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같은 공간에서 관객들이 일제히 같은 소리를 듣는다 할지라도 이 소리들은 개개인에게 서로 다른 감정으로 다가간다. 내 기분과 상황, 감정에 따라 소리들은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4분 33초 동안 소리를 듣다 보면 듣는 이는 자연스레 외부의 소리에서 내면의 소리로 귀를 옮겨가게 된다. 따라서 이 곡은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이 된다. 다름 아닌 침묵과 휴식을 통해서 말이다.

요즘 우리들은 수만 가지의 지식과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 유용함이 고마운 반면 일방적인 색을 품은 정보에 신물이 나기도 한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포털을 점령한 MB, 안철수, 박근혜, 김연아, 삼성, 검찰, 연예인 노출, 아이돌... '4분 33초'의 미덕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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