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집 '반값 낙찰', 다시 팔겠다며…

머니투데이 민동훈,최윤아 기자 | 2012.08.02 06:00

제2금융권서 낙찰가 90%까지 빌려… 대출 못갚아 나온집, 또 대출 악순환

-경제 불황 깊어지며 경매시장에 넘쳐나는 '깡통매물'
-대출 못갚아 경매 부쳐진 물건, 대출받아 낙찰받기도
-경매시장도 '양극화'…"싼 소형 아니면 거들떠도 안봐"

# 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북관 211호. 200여명의 입찰자들이 법원을 빼곡히 메웠다. 이 날 경매에 부쳐지는 매물은 모두 68건. 일반적으로 하루에 40~50여건 정도가 집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평소보다 많은 물건이 나왔다는 게 현장에 있던 경매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입찰자들 가운데는 모자나 부부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 있던 경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최근 낙찰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가명)씨도 이 같은 실수요자다. 김씨는 이날 종로구에 위치한 전용 68㎡ 빌라를 감정평가액의 80% 수준인 2억4000만원대에 낙찰받았다. 이 빌라는 원 소유주가 은행 대출 1억4000여만원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매물이다. 가압류를 걸어놓은 채권자만 7명(법인 포함)에 달한다.

이날 입찰된 물건의 대부분은 이처럼 원 소유주가 금융권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나온 것들이다. 그 중에는 경매로 낙찰 받았다가 다시 경매시장에 등장한 것도 있다는 게 현장에 있던 경매 참여자의 귀뜸이다. 낙찰 받은 부동산 값의 80~90%까지를 금융권 대출로 충당했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북관 211호 경매법정에서 경매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민동훈기자
◇불황에 늘어나는 '경매 빚 잔치'
경매전문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집행된 경매건수만 1만525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총 경매건수 1만5216건을 넘어설 만큼 경매매물이 늘었다.

반면 낙찰가율은 2008년 86.17%에서 올 6월말 현재 74.73%로 하락했고, 입찰 경쟁률 역시 6.69%에서 5.19%로 떨어졌다. 실제로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도 경매에 나온 68건 가운데 단 23건(33.8%) 만이 낙찰됐다.


이중 단독입찰은 14건에 달했다. 거듭된 유찰로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얘기다. 근린상가와 오피스텔도 경매시장 단골손님이다. 올해 상반기 근린상가는 8452건, 오피스텔 1137건이 경매에 들어갔다. 이 중엔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상가나 오피스텔이 통째로 경매로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쁠 수록 경매 매물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며 "상가와 오피스텔의 경우에도 수익률에 대한 실망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처분되지 못한 매물이 경매로 내몰리는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극화' 깡통 부동산 시대 新 경매 풍속도
주택시장 불황에 경매건수가 늘어나면서 투자금이 부족한 수요자에게 고금리로 대출해 주는 '경락대출'도 크게 늘었다. '경락대출'이란 낙찰 받는 매물 낙찰잔금을 대출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낙찰가의 60%로 대출을 제한하는 제1금융권과 달리 경락대출을 이용하면 5.5~10%가량의 금리로 낙찰가의 대부분을 빌릴 수 있다.

경매법정에서 만난 경매정보업체 관계자는 "대출 때문에 경매에 나온 물건을 낙찰 받으면서 낙찰잔금의 대부분을 또 다시 대출로 충당하는 이들도 상당하다"며 "그나마 제1금융권은 담보인정비율(LTV)이라도 맞추지만 제2금융권은 묻지마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매시장 '양극화'도 눈에 띈다. 이전에는 경매로 나온 매물 수준을 보고 경매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가격이 경매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값이 싼 물건에는 입찰자가 대거 몰리고, 0회∼1회 유찰돼 아직 가격이 비싼 매물에는 입차자가 한 명도 없는 '양극화'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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