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고객 상품문의,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죠"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 2012.07.30 07:13

CJ오쇼핑 수화상담사 3인이 전하는 수화 홈쇼핑상담의 세계

↑CJ오쇼핑은 지난 17일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수화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수화상담원 강영지씨(22) 박순이씨(44) 박현선씨(37).
깜박깜박, 깜박깜박. 책상위에 놓인 화상전화기에 불이 들어왔다. CJ오쇼핑 콜센터(CJ텔레닉스) 상담사 박순이씨(44)가 분주해졌다. "행복을 전하는 CJ 박순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말로 나눈 대화가 아니다. 수화(手話) 상담이었다. CJ오쇼핑은 지난 17일부터 고객들을 위해 수화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화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박순이씨와 박현선씨(37), 강영지씨(22)를 지난 27일 만났다.

강영지씨는 부모님이 농아인이어서, 박순이씨는 어린시절 이웃에 농아인이 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수화를 배웠다. 박현선씨는 국립 한국재활복지대학 수화통역과에서 수화를 배웠다. 세 명 모두 국가공인 수화통역자격증도 가지고 있었다.

강영지씨는 "어렸을 때 농아인 부모님이 홈쇼핑에서 구매한 물건을 반품하는 일을 시켜 억지로 홈쇼핑 콜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상담사가 친절하게 대해줬던 기억이 있다"며 "앞으로 그 상담사처럼 친절한 상담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물론 홈쇼핑 수화상담이 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서비스다보다 어려운 점도 있다. 우선 홈쇼핑과 인터넷몰에서 계속 출시되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수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선풍기의 경우 수화에서는 손끝을 동그랗게 모아서 날개가 돌아가는 모양으로 표현을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최근에 출시된 날개없는 선풍기는 나타낼 길이 없다. 제습기 차량용 블랙박스 쿨매트 등은 아예 단어가 없다.

박순이씨는 "맥락을 통해 설명을 하곤 하지만 혹시라도 전달이 되지 않거나 잘못 전달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적절한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그 단어가 퍼지기까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인(聽人, 농아인의 반대말)' 중심의 마케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홈쇼핑에 글씨를 많이 넣으면 농아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청인' 중심의 사고다.

박현선씨는 "농아인들은 청인들과는 언어를 인식하는 구조가 달라 글자로 써놓아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인들을 위해서는 방송을 직접 수화로 설명해주는 것이 더욱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화상담을 시작한 것은 시범서비스 기간까지 포함해서 약 한달. 그러나 하루 80~90건의 상담을 처리하는 동안 경험한 구구절절한 사연도 많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의 상담에 진심으로 감사해주는 고객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순이씨는 "인터넷 몰을 통해 구입한 냄비 뚜껑이 깨졌다고 뚜껑만 따로 구입할 수 있냐고 물어온 농아인 고객이 있었다"며 "그러나 그 고객은 냄비의 제조사는 물론 상품명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과거 거래 기록을 조회해 제조사를 찾아내, 뚜껑만 다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객께 전화를 다시 드렸다"며 "그 고객이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박현선씨는 "10년 뒤에는 농아인 상담사들이 더욱 많이 입사를 해서 그들을 교육하는 자리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영지씨 역시 "농아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해 주문상담 전화가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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