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교체 아웃' 이후, 한국은 왜 고전했나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우종 기자 | 2012.07.27 16:06

[런던올림픽]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홍명보호는 비겼지만 자칭 B조 최강 '톱 시드' 멕시코를 상대로 한국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멕시코 선수들은 잔뜩 웅크린 '녹색 쥐(Green rat : 멕시코팀 별명)'마냥 수비만 하기에 급급했다. 적어도 75분까지는 그랬다.

한국은 정확히 후반 30분,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을 투입한다. 그런데 경기 내내 웅크리고 있던 멕시코 선수들이 갑자기 활기를 찾는다. 우리는 반대로 밀리기 시작했다. 과거 90분 내내 경기를 잘 하고도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어이없게 경기를 내주던 몇 장면이 떠올랐다. 확실히 후반 막판은 조마조마했다.

통상적으로 경기가 밀린다 싶으면 나오는 전형적인 장면이 있다. 바로 공간을 내주는 것이다. 우리는 후반 막판 멕시코 선수들이 패스를 받기 편하게 놔뒀고, 자유롭게 패스하며 움직이는 것을 허용했다. 압박의 실종이다. 한국의 수비라인은 전반전에 비해 확실히 뒤로 많이 처진 모습이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후반 38분 우리 선수들이 거의 서 있는 장면이 보였다. 센터서클에서 멕시코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인 엔리케를 계속 놓쳤다. 상대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막아야할 선수는 우리의 공격수들인 구자철,백성동,김보경,남태희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경기장을 휘집고 다니던 그들은 확실히 발이 무거워져 있었다. 멕시코 수비진들의 집중 견제 탓이었다. 이 장면에서 엔리케는 하프라인부터 약 25m를 드리블로 치고 오며 한국 중원을 헤집었다.

후반 42분 정성룡의 골킥이 백성동에게 떨어졌으나 트래핑이 조금 길어 놓쳤다. 이 공을 김창수가 다시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 틈을 멕시코 풀백 차베스가 놓치지 않았다. 당연히 백성동이 수비 공간을 비우고 올라온 김창수의 공백을 메워줘야 했지만 잠시 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후 차베스는 공을 3번 정도 치며 한국의 오른쪽 진영을 돌파해 들어와 크로스를 올렸고, 도스 산토스가 찬 공은 정성룡의 손을 지나 오른쪽 골포스트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 추가시간 2분에 나왔다. 지동원이 센터 서클에서 볼을 끌다가 뺏겼고, 산토스가 히메네스에게 결정적인 침투 패스를 연결해 슈팅한 공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멕시코 루이스 페르난도 테나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후반 교체카드'였다. 교체로 들어온 도스 산토스(66)'와 히메네스(85)' 투톱은 후반 막판 한국 수비진의 처진 공간을 날카롭게 노렸다. 게다가 후반전에 계속 놓쳤던 미드필더인 엔리케(71') 또한 교체로 들어온 선수였다. 만약, 한국이 후반 역습 상황에서 골을 허용했다면 이 모든 교체카드가 맞아떨어졌을 뻔했다. 멕시코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은 상대하기 매우 어려운 팀이었다"고 실토하며 힘들게 거둔 무승부에 만족했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후반전 30분이 넘어가면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난다. 축구를 해본 사람은 안다. 체력이 바닥나 숨은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그야말로 이때부터는 '정신력' 하나 믿고 뛴다. 한국축구하면 떠오르는 단어, 바로 '정신력'이다. 멕시코전에서 우리가 뒷심 부족으로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도 뛰어난 정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이런 힘든 상황을 좀 더 편하게 맞이하려면 우리가 먼저 골을 성공시킨 뒤 앞서고 있으면 된다. 지난 세네갈과의 평가전 때처럼 말이다. 이제 예선은 두 경기 남았다. 런던에서의 짜릿한 감동스토리를 써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베스트 클릭

  1. 1 "시엄마 버린 선우은숙, 남편도 불륜남 만들어"…전 시누이 폭로
  2. 2 '수학 스타 강사' 삽자루 별세…향년 59세
  3. 3 세무조사 받은 일타강사 현우진 "연봉 200억, 60% 세금 냈는데"
  4. 4 선우은숙, '친언니 추행' 유영재에 청구한 위자료 액수…무슨 의미
  5. 5 "의사 매년 3000명씩 늘리자" 제안한 곳, 알고 보니 종합병원?